대구는 미분양의 무덤? 충청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데이터 중 하나가 미분양 현황이다.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분양 숫자만으로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매일경제가 각종 미분양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충청권 미분양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절대 수치는 대구 경북지역이 높았지만 가구 수 대비 상대 비율이나 미분양 증가 속도는 충청권이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주택 미분양은 7만5438가구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매우 좋지 않았던 시기(2012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주택보다 상황이 좀 더 심각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포함하면 10만가구를 이미 넘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미분양 데이터는 전체 숫자만 보고 해석하는 지표가 아니다. 부동산의 기본 특성인 부동성(위치의 고정성) 때문이다. 지역마다 미분양 상황이 다르고, 늘어나는 속도도 상이한 만큼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데이터가 시·군·구별 미분양 현황이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현황 중 가장 세부적인 분류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체 경북 포항시가 5821채로 전국에서 미분양 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충남 천안시(3774채) 대구 수성구(3224채) 대구 남구(3083채) 충북 음성군(2555채)이 뒤를 잇는다. 전체 미분양 상위 20개 시·군·구를 따져보면 대구(5곳)가 압도적으로 많다.
뒤를 잇는 곳은 대전·충청권이다. 충남 천안시, 충북 음성군, 충남 아산시, 대전 서구, 충남 홍성군 등 5곳이 들어간다. 반대로 부산과 세종, 광주 등은 포함되지 않아 미분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전체 미분양 현황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유명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아기곰(필명) 등은 꼭 가구 수 대비 미분양 현황을 따져봐야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택 미분양을 지역 가구 수(2021년 기준)로 나눈 데이터를 뜯어보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충북 음성군(6.23%)이 1위고 대구 남구(4.37%) 충북 옥천(3.45%) 대구 중구(3.13%) 충남 홍성(2.90%)이 2~5위다. 충청권이 3곳이나 상위 5곳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분양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여력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가 아니라 충청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구 수 대비 미분양 상위 20개 지역을 살펴봐도 충청권이 5곳, 대구가 3곳, 경남이 3곳, 울산·전남이 2곳, 전북·경북·강원이 1곳이다. 특이한 점은 이렇게 데이터를 뜯어보면 인천이 20위권에 2곳(남동구·중구)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서울·부산·광주·세종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미분양 현황이라는 것은 과거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수치다. 물론 부동산 업계에서는 총 미분양 숫자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공급 과잉 현상이 '현재 진행형'인지 여부는 반드시 따져봐야 급격하게 변하는 부동산 상황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미분양 전체 재고 말고 증가 속도도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1년간(2022년 2월~2023년 2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곳은 충남 천안시(3648가구)다. 그 뒤를 대구 남구·수성구, 경북 포항시, 전북 군산시가 따른다. 하지만 이 데이터 역시 시·군·구별 거주 가구 수로 나눠보면 완전히 다른 데이터가 나온다. 역시 충북 음성군, 대구 남구, 충북 옥천군, 충남 홍성군, 경남 김해시 순서다. 상위 20개 지역을 살펴보면 충청권이 6곳, 대구가 4곳으로 충청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공급 예정 물량도 미분양 데이터와 함께 살펴봐야 하는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86만9000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 인천 대구 충남 서울 경남 순서로 5만가구 넘게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지역별 가구 수와 공급 예정 물량을 비교하면 순위가 조금 달라진다. 인천과 충남이 비슷한 비율로 1·2위를 다투고 대구 충북 경북 경기 순서로 많다.
그렇다면 여러 방면으로 뜯어본 미분양과 주택 공급 예정 물량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는 어떨까. 기준을 바꿔 분석해도 여러 번 언급된 지역이라면 공급 과잉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도 당분간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해보면 충북 음성군·옥천군과 충남 홍성군·아산군·예산군 등 충청권과 대구 남구·수성구·중구 등이 전국에서 가장 심한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두 지역 중 어떤 곳이 더 심각한지 판단하기는 애매하다. 위 두 지역 외에는 울산과 인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석 가능하다. 물론 정부의 미분양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미분양 자료를 취합·정리·발표하는 데 1개월 이상 시차가 생기기 때문에 분위기 변화를 빠르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정부가 분양 아파트 계약 현황이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통계를 취합할 때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서다.
한 지자체 미분양 통계 담당자는 "매달 사업장에 미분양 통계를 전달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사업장에서 전달해준 수치를 취합한다"면서도 "이것이 실제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사업장에 전화로 물어보는 것 외에 마땅한 것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미분양 신고 의무화를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정보 공개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신고 의무화에 반대한다. 시장 양상 때문에 잠깐 발생한 미분양 단지조차 더 나쁘게 만드는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미분양 정보를 일종의 '영업비밀'로 인정하고 건설사 신고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신고 의무화가 자칫 부동산 시장에 왜곡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통계 공개의 낙인 효과를 고려한다 해도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분양 통계가 부실하면 제대로 된 시장 진단과 정책 처방이 불가능한 탓이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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