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동물은 인간이 마음대로 다루는 물건이 아니다. 대중의 동물권 의식이 높아지고 반려동물 양육 인구도 많아지면서 관련 법 개정과 동물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 역시 커져 이 명제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식 변화에 따라 이달 27일부터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1991년 처음 제정된 이후 2007년, 2011년 두 차례 전면 개정을 거쳐 11년 만인 지난해 3차로 전면 개정된 법이다. 법조인이자 동물권 운동가인 저자가 개정법 내용을 분석·비평하고, 우리 사회 동물권의 현주소를 짚어준다.
그가 동물권 보호에 발을 들인 건 사법연수생 2년 차에 접한 한 장의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한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아 있는 새끼 돼지의 네 발을 사방으로 잡아당기는 사진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고통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돼지를 능지처참한 것이다. 인간의 목적 달성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무자비하게 짓밟은 잔혹함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저자는 위법성 여부를 떠나 근본적 질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생명이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 인간종뿐 아니라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권리와 평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왜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말을 못하는 동물에게 무슨 권리가 있는 것인지 저자는 17세기 데카르트·칸트의 동물 기계론부터 18세기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19세기 다윈의 진화론, 1975년 피터 싱어의 저작 '동물 해방'과 종 차별주의에 대한 비판 등 역사적 논의와 현시점의 쟁점, 자신의 경험 등을 폭넓게 조명한다.
10여 년간 동물권 보호를 위해 뛴 현장, 법정 다툼의 생생한 뒷이야기도 기록됐다. '전기 쇠꼬챙이 개 도살' 사건은 2020년 대법원이 동물 보호의 이정표를 제시한 주요 판결 중 하나다. 개농장 운영자가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원심법원에선 무죄를 선고했다. 저자는 이 사건의 제3자임에도 적극 의견서를 냈는데, 동물마다 느끼는 고통과 잔혹한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파기환송심 끝에 유죄가 인정됐다. 이 밖에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며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소송 주체로 내건 '설악산 산양 소송' 등 우리나라 동물보호와 권리 보장에 중요한 기점이 될 만한 사건들의 기획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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