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 정부 꾸렸다지만…베를린 우파 시장, 3차례 투표 끝 취임
지난 2월 치러진 독일 수도 베를린시 재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소속 카인 베그너 신임 시장이 27일(현지 시각) 취임했다.
현지 매체들은 베그너 시장의 취임 과정을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베를린 시장 선출은 시의회가 본 회의를 열고 후보에 대해 찬반 투표를 던져 결정한다. 지난 선거에서 승리한 기민당은 중도 좌파 성향 사민당(SPD)과 연립정부를 꾸렸고, 이달 초 양측 지도부는 협약 내용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기민당 소속 베그너 후보가 당선되는 게 당연한 결과였다.
베그너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159명 중 과반인 80명의 찬성 표가 필요했다. 막상 투표를 진행 하니 첫 투표에서 찬성 71표로 한참 못 미쳤다. 무기명 투표기 때문에 어떤 당이 반대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양당이 그 동안 대중에 ‘하모니’를 보여왔지만, 분위기가 냉랭해졌고 서로를 탓했다”고 보도했다. 2차 투표 역시 찬성 79표로 부결됐다. 3차 투표에서야 찬성 86표, 반대 70표, 기권 3표를 얻어 취임이 확정됐다. 슈피겔은 “베를린 시장 선거를 3번 진행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 투표에서 86표로 통과된 배경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극우 성향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의 도움이 있었는지 여부 때문이다. AfD는 17석을 확보하고 있는 데, 처음에는 연정 내용에 반대하며 베그너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마지막에 “모두 베그너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 경우 AfD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파 성향 녹색당은 “(새 정부의)절망적 시작”이라며 “AfD 논란은 국가, 민주주의, 정치적 문화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좌파 성향이 강한 베를린에서 기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기민당과 사민당 대연정 연립정부가 꾸려진 것은 22년만이다. 앞서 2021년 9월 지방선거에서 사민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이후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모자라거나, 대기줄이 길어 투표를 포기 하는 사례, 투표 용지가 잘못 배달되는 사례 등 선거 과정에서 수 많은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독일 헌법 재판소가 지방 선거를 재실시하라고 결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2월 치러진 재선거에서는 베를린 내 시정 난맥상과 직전 선거 운영 파행 등이 맞물려 여론 조사부터 기민당이 앞서 나갔고, 기민당이 28%, 사민당이 18%를 득표해, 사민당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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