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에너지장관 회담, ‘한국형 원전수출’ 걸림돌 못 걷어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를 찾아 ‘한국형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미 업체 간 갈등을 두고 “다툼을 조속해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결국 이번 방미에서 원전 수출의 걸림돌을 걷어내지 못한 채 돌아오게 됐다.
이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었다고 산업부가 28일 밝혔다. 지난 26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청정에너지 확산과 원전 협력 강화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구체적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담에서 이 장관은 “전 세계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에서 원전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의 한·미 원전 기업간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수출하는 것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APR-1400에 자사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한수원이 다른 국가에 이를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수원과 한전 측은 이 기술에는 로열티 없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실시권’이 명문화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소송 때문에 지난해 10월 폴란드 원전 입찰에서 한수원이 탈락하는 등 원전 수출에 실질적인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한수원이 미 정부에 낸 신고서를 반려하기도 했다. 해당 기술이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 소유이므로, 미국 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취지다.
이에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서 미국 측을 설득해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하지만 지난 26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각국의 수출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겼다.
에너지장관 회담에서도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한국 측 입장만 전달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두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양국 공동으로 재원조달 수단 활용, 원전 발주국 역량 강화,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민간 원전의 책임있는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커녕, ‘지재권 존중’만 재확인한 셈이다.
아울러 두 장관은 한·미 경제 전반에서 탈탄소화 지원을 목표로 ‘한·미 에너지정책대화’를 통해 정책, 기술개발, 상용화 및 보급 부문에서 양국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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