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가 헛수고라던 잡스는 틀렸다
인간은 매력적인 것에 현혹된다. 어떤 것을 매력적이라고 느끼는지는 개인마다 다르지만기업들은 다수의 인간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제품 자체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이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광고나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제품에 현혹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을 만드는 기초에는 수요자의 기호가 반영되어야 했다.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티브 잡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마케팅의 신'으로 불렸던 잡스지만 그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객의 기호를 반영해야 한다는 기존 추세에 반대했다. 잡스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 자신이 아닌 기업이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업은 '아직 적히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잡스에게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 조사는 헛수고처럼 보였다. 그에게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신경과학에서는 잡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기업이 알려주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인지하기 어려운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소비심리의 예측 가능성은 오늘날 98%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신경경제학연구센터 소장인 폴 J 잭 박사는 인간이 특별한 경험을 할 때 도파민, 옥시토신 등 각성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된다는 점을 찾아냈다. 그는 이 현상을 '몰입(immers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가 말하는 '몰입'은 어떤 경험을 특별하다고 여기면서 그것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행동하려고 설득된 상태를 뜻한다.
잭 박사는 사람들이 '몰입'을 경험할 때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옥시토신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기준선에서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20년 넘게 측정해왔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지, 무엇이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지를 이해하고 예측해야만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연구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부,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지금도 그의 연구가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마케팅, 영업, 엔터테인먼트, 기업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는 두뇌가 어떤 것에 높은 가치를 두는지 안다면 제공자가 수용자에게 삭막하고, 단조롭고, 지루한 것을 제공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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