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좀 쉬어요”...‘55년간 무료 결혼식’ 신신예식장 대표 별세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4.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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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한 살 현역’ 마산 신신예식장 백낙삼 대표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무료 예식장을 운영하며 1만4000쌍 부부를 결혼시킨 백낙삼씨가 투병 끝에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백씨는 지난해 4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은 후 몸의 일부가 마비돼 그 동안 요양병원에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 1967년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신혼부부에게 예식장 공간 사용과 의복 대여, 메이크업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해왔다. 고객 대부분은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신혼부부였다.

이같은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백씨는 2021년 LG 의인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14일 신신예식장을 찾아 백씨 부부를 만나기도 했다.

교육자의 꿈을 안고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던 백씨는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학업을 포기해야했다.

백낙삼, 최필순 부부의 모습 [사진출처 = LG복지재단]
이후 길거리 사진사로 일을 시작하며 사진 한 장에 20원씩 받아 모은 돈으로 2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사들였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 13일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 무료 결혼식 봉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건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애태우는 분들을 위해 결혼식을 열어주고 나는 사진값만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해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씨는 아내 최필순씨와 함께 신신예식장을 꾸려왔다. 두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로 유명했다.

두 부부의 일상 등을 기록한 ‘신신예식장 ’이란 책에서 작가 한승일씨는 “많이 알려진 것처럼 백씨 부부는 서로 존중하며 아끼는 사이였다”며 “그 가운데 서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당신은 좀 쉬어요. 내가 할게요’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신신예식장은 현재 무료 예식 뿐 아니라 리마인드 웨딩을 하려는 노부부,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웨딩드레스를 입고 추억 사진을 남기려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한 백씨의 아들이 신신예식장 운영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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