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긴 김영록, 대답 없는 강기정…광주군공항 ‘신경전’
강기정 광주시장, 28일 함평나비축제 참석…“오늘 드릴 말씀 없어”
환대 받은 姜, 함평 읍내에는 ‘환영 현수막’…전남도는 ‘심기 불편’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장고를 하던 김영록 지사가 부쩍 공세에 나서고, 강 시장이 '독 묻은 사과 먹기'를 피해가는 형국이다.
선공은 강 시장이 날렸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의 국회통과 후 그는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정치 지도자·지역 리더들의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자 김 지사가 광주 민간공항의 전남 무안이전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지원 대책 등 광주시의 통 큰 결단이 먼저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강 시장은 먼 산 쳐다보듯 묵묵부답이다.
서로에게 통근 결단을 하라며 폭탄 돌리기에 난형난제 모습이다. 양 측 모두 배 고프다고 달콤해 보인다고 선뜻 베어 물었다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에 대한 뒷감당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강 시장이 28일 광주 군공항 유치의향서 제출을 검토 중인 전남 함평을 방문해 관심이 집중됐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열린 제25회 함평나비대축제 개장식에 참석했다. 강 시장은 이날 이상익 함평군수를 비롯 참석자들로부터 큰 환대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특히 광주군공항 함평유치위, 함평미래비전준비위 등 지역사회단체는 "강기정 광주시장님 함평 방문을 환영합니다. 광주 민항(국내선)도 함께 유치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환영 현수막을 읍내 곳곳에 내걸기도 했다.
강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나비축제는 명실상부한 함평의 자랑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가 됐다. 기후 위기에 맞는 멋진 축제로, 광주시민도 사랑하는 축제라 될 거라 생각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군 공항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강 시장은 개장식 이후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군 공항 이전'에 관한 거듭된 질문에도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대신 이상익 군수가 비엔날레 개막식·미래 차 비전 선포식 등 최근 광주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이고, 광주와 인접한 함평의 대표 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차원이라고 참석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3일 열리는 담양대나무축제 등 광주 인근 전남 시·군 축제도 참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시장과 이 군수는 지난 6일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 당시 전시장 사전 관람도 나란히 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광주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강 시장의 함평 방문 의도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광주시장의 전남 축제 공식 방문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정작 전남도에서는 김 지사 대신 문금주 행정부지사가 이날 오후 열리는 개막식에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임 광주시장이 나비축제를 방문한 사례도 있고, 강기정 시장은 최근 순천만 정원박람회 개막식도 참석했다. 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방문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며 "함평군수와 별도 면담 등 군 공항 관련 행보는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남도 안팎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강 시장의 함평 방문 자체만으로 도를 자극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더불어 도와 사전 조율 없이 군 공항 유치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함평군수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함평군 일부에서 광주시 편입을 조건으로 군 공항 이전을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강 시장도 바다를 품은 함평을 끌어안으면서 해양 광역도시로 거듭날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도청 주변에서 '시-도 상생'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란 불만이 나온 터였다.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힌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전남도 또한 입장이 난처해진 형국이다. 전남도는 광주 민간공항 이전을 통해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광주 민간·군 공항이 패키지로 이전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군 공항 이전에 대한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안군의 반발이 극심하다. 도청 내에서는 만약 군 공항이 함평으로 옮겨가면, 광주시민들이 민간 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는 데 찬성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진퇴양난 속에 김영록 전남지사도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지사의 광주시를 향한 '돌직구 카드'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김 지사는 25일 오전 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정례 실국 정책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공을 광주시에 넘겼다. 전날 기자간담회에 이어 연이틀이다. 요구사항은 광주 민간공항 무안 이전과 '소음', '지역발전' 대책 등 크게 세 가지다.
함평 등 전남 지자체의 유치의향서 신청 전에 소음 문제 해결 등 지원 대책을 광주시가 먼저 내놓을 것을 거듭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전남도와 광주시 간에 군공항 이전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지사는 특히 "광주 민간공항은 무안국제공항과 통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계획이고, 그것이 순리"라며 광주 민간공항 무안 이전을 재확인했다. 광주시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 혼선이 없어야 도민을 설득할 수 있고, 도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일각에선 강력 반발하고 있는 무안 주민들이 군 공항 이전 반대 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고, 광주시가 전격적으로 함평에 군 공항 이전과 광주 편입의 현실화에 착수한다면 양 시도 간 위기국면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안을 해결하라는 주변의 압력에 못이겨 이 사안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2003년 위도 방사능 폐기장 유치문제를 두고 빚어졌던 전북 부안사태에 버금가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로를 향해 폭탄 돌리기 모습을 연출되면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전남도와의 신경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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