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방탈출 게임' 새삼스레 인기, 왜?

김영주 기자 2023. 4. 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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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페이지 들어가니까 이미 매진이더라…'

'방탈출' 게임을 예약하려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의 말입니다.

방탈출은 방에 갇힌 플레이어가 제한 시간 안에 그곳을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방을 탈출하려면 문제를 풀거나 특정 행동을 하는 등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문제는 퍼즐, 수수께끼 등 그 유형이 다양합니다.

아시다시피 방탈출 게임이 유행한지는 꽤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자료사진 제공=연합뉴스〉

직장인 이 모 씨(28·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5년째 방탈출을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방탈출을 하려고 연차를 낸 적도 있어요. 주말은 워낙 예약이 어렵거든요. 예약할 때는 부모님 스마트폰까지 동원해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하기도 해요.”(이 모 씨)

이 씨처럼 열정적으로 방탈출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한 방탈출 업체의 기획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기 게임은 1분도 안 돼서 예약이 다 차버립니다. 4년 전에 만든 게임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매일 예약이 꽉 차요. 방탈출을 하러 부산에서 서울까지 온 손님도 계셨습니다.”

방탈출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흥행하면서, 기존 방탈출 게임의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방탈출 게임들의 포스터 〈제공=키이스케이프〉

■ 다시 인기 비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몰입감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탐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휴식이 필요한 회사원…

방탈출은 게임에 따라 여러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그럼 플레이어는 이야기 속의 한 인물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겁니다.

방탈출을 연구해 온 김수완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학과 외래교수는 인기의 원인을 여기서 찾았습니다.

“일반 게임은 화면을 통해 캐릭터를 조작하는 거잖아요. 근데 방탈출은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서 내가 그 캐릭터가 되는 겁니다. 그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직접 사물을 만지고 냄새를 맡아가며 문제를 푸는 거죠. 이런 부분이 기존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탈출 업체에 따르면, 몰입감이 높은 게임이 인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새 게임을 기획할 때 그 점을 많이 신경 쓴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성하고, 상황에 따른 극적인 연출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낼 때도 이야기와 어울리는 문제를 내도록 신경 써요. 예를 들어 캐릭터가 취업준비생이라면, 입사지원서를 통해 문제를 풀게끔 하는 거죠.”라고 방탈출 기획자는 설명했습니다.

■ “탈출할 때 쾌감”

참고로 김수완 교수는 지금까지 500회 이상 방탈출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방탈출이었는데, 나중에는 이것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썼습니다. 게임의 몰입감 하나로 이렇게 열정을 불태우는 게 가능할까요? 김 교수는 방탈출에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고 마지막에 탈출하는 문을 열었을 때 쾌감이 있거든요. 여기에 한 번 빠지고 나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직장인 이 모 씨(34·서울 강동구 천호동)도 그런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고민 끝에 풀어냈을 때 희열이 있어요.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마지막에 탈출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상당합니다.”

■ 지자체 관광 상품으로 방탈출 게임 내놓기도

현재 국내 방탈출 업체 수는 400여곳으로 추산됩니다.

이런 민간 업체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방탈출 게임을 벤치마킹해 지역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구는 '근현대사 추리여행'을 운영합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게임으로, 한 공원 관리자가 사라진 열쇠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플레이어는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단서를 찾고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은 '교도소가 살아있다'는 게임을 다음 달 5일까지 운영합니다. 익산의 교도소 세트장을 활용한 겁니다. 지난 7일 예매를 시작했는데 첫날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재단 관계자는 20~30대가 좋아할 만한 관광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방탈출 게임을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익산만의 관광 상품을 고민하다가, 국내 유일의 교도소 세트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연극 요소가 가미된 사건 추리와 방탈출 게임이 혼합된 프로그램입니다. 플레이어들 반응도 좋습니다”

'교도소가 살아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체험하고 이다. 〈제공=익산문화관광재단〉

■ “방탈출 게임, 교육·치료 등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

기업들이 방탈출 게임을 마케팅에 활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 가전 회사는 방탈출 세트에 제품을 배치하고, 제품을 이용해 문제의 단서를 찾게끔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김 교수는 방탈출이 오락 기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방탈출은 제한 시간, 문제, 스토리텔링 이렇게 3가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 요소를 활용하면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고, 행동을 제어하거나 동선을 유도할 수도 있어요. 교육, 치료, 조직 활성화,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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