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성의 허브車]“머스크, 우주는 네 것 아냐”…‘포스작렬’ 현대차 스타워즈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엑스 및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우주전쟁’을 벌인다.
자동차 회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바꾸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화성인’ 머스크와 지구에서 치렀던 전기차·로봇전쟁을 우주로 확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우주 분야 최고 역량을 보유한 국내 연구기관들과 함께 ‘달 탐사 전용로버(Rover)’ 개발모델(Development Model) 제작에 본격 착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달 탐사용 로버 개발을 위해 ▲한국천문연구원(KAS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과 다자간 공동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연구기관들과 논의를 거쳐 달 탐사 로버의 초기 모델 제작 방향을 구체화했다. 달 남극부에 착륙해 광물 채취, 환경 분석 등 각종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개한 로버 개발모델 콘셉트는 달 표면 탐사 전용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다. 태양광을 통한 자체 충전 시스템과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300도 이상에 달하는 등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열관리 및 방사능 차폐장치, 금속 구동 휠 등을 국내 정상급 연구기관들과 공동 개발한다.
상·하부로 구분된 개발 모델은 최대 중량이 70kg다. 상부는 달 표면 탐사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
하부는 현대차그룹의 혁신 기술을 활용한 구동계다. 달 표면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개발된다. 향후 상부 기능이 추가 또는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하부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달 탐사 로버 개발모델 제작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에는 실제 달 표면과 유사한 환경에서 주행 및 임무 수행 연구를 계속 추진하면서 기능을 향상시킨다. 실제 달표면 탐사가 가능한 제품은 2027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정 회장과 머스크의 우주전쟁은 4년 전 예고됐다. 정 회장은 2019년 새해 메시지에서 ‘게임체인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교통(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향한 구체적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Advanced Air Mobility),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중 30%는 미래 도심 항공 모빌리티가 담당한다. 여기에서 우주전쟁의 기운이 싹텄다.
‘항공우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과 우주는 떼놓을 수 없다. UAM 시대 리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정 회장의 눈은 이미 우주에 있었던 셈이다.
미래 사업의 20%를 책임질 로봇도 우주 개척에 빼놓을 수 없다. 인간보다 먼저, 또는 인간과 함께 우주 탐사에 나서기 위해서는 로봇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로봇에는 자율주행 기술도 적용된다. 테슬라가 ‘테슬라봇’ 개발에 적극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는 물론 달이나 화성에서도 탐사·수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변신 로봇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 산하 미래 모빌리티 담당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는 변신 지능형 지상 이동 로봇 ‘타이거’(Transforming Intelligent Ground Excursion Robot, TIGER)의 콘셉트 모델 ‘X-1’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타이거는 2019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현대차그룹이 처음 공개했던 걸어다니는 모빌리티 ‘엘리베이트’(Elevate)와 유사한 모듈형 플랫폼 구조를 채택했다. 엘리베이트는 유인, 타이거는 무인이다.
무인 로봇이어서 크기도 작다. 타이거는 길이 80㎝, 폭 40㎝, 무게 12㎏에 4개의 다리와 바퀴가 달린 지능형 소형 무인 모빌리티다.
차체는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과학 탐사 및 연구 ▲응급 구조 때 긴급 보급품 수송 ▲오지로의 상품 배송 등 일반 차량이 수행하기 어려운 다목적 임무 수행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타이거는 전후좌우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대칭적 구조를 갖췄다. 장애물이 있거나 바퀴를 이용해 지나기 힘든 지형을 통과해야 할 때는 로봇 다리를 사용한다. 평탄한 지형에서는 4륜구동 차량으로 변신한다.
차체 내부에는 별도의 화물 적재실을 갖췄다. 로봇 다리로 상시 수평을 유지할 수 있어 험로와 극지 등 노면의 상태가 불규칙한 공간에서도 물품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UAM과 결합해 바퀴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신속하게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UAM이 날개 역할을 한다.
타이거는 달이나 화성 등 행성에서 탐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영상에서도 타이거가 달로 추정되는 곳을 탐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난해 1월에는 ‘2022 CES’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에 탑승한 사용자가 우주에 있는 로봇 개 ‘스팟’의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우주 진출 뜻을 다시한번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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