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주가 조작 있었는데 시장 경고 ‘제로’…“한국거래소, 시스템 고도화 필요”

문수빈 기자 2023. 4. 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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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세력 표적된 8개 종목, 3년간 최고 1200% 올랐다
시장 경고 보내야 할 한국거래소, 조회 공시 요구 안 해…투자경고종목 지정도 없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서 나온 매물 폭탄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이 단 한 차례도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한국거래소는 특정 기업의 주가가 급등할 경우 해당 기업에 중요한 미공개 정보가 있는지 묻는다. 이는 시장에서 투자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번 사태에선 이 과정이 전무했다. 2007년 루보 다단계 주가 조작 사태 이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전혀 발전하지 못한 셈이다.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 제공)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홀딩스·선광·삼천리·서울가스·다우데이타·세방·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개 회사는 최근 3년간 한국거래소로부터 단 한 번도 시황 변동과 관련한 조회 공시 요구를 받은 바 없다. 조회 공시 요구란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는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 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의 역할이다.

조회 공시는 크게 시황 급변 관련과 풍문 관련으로 나뉜다. 시황 급변 관련 조회 공시는 한국거래소가 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급변하는 경우 해당 상장회사에 미공개 중요 정보 유무를 확인하는 제도다. 풍문 관련 조회 공시는 부도, 인수합병(M&A) 등 회사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풍문이 있을 때 한국거래소가 당해 상장법인에 해당 풍문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 공시를 요구받은 법인은 최장 다음 날까지 답변해야 한다.

문제는 8개 종목 모두 주가 조작 세력의 표적이 돼 3년간 꾸준히 우상향했음에도 시황 급변 관련 조회 공시 요구를 받지 않은 점이다. 이들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인 지난 4월 21일을 기준으로 대성홀딩스의 주가는 3년 만에 1234.36% 올랐다. 9750원짜리던 주식이 13만100원이 된 것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당시 887종목) 중 6번째로 큰 상승 폭이었다. 이를 두고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그 사이에 코로나19가 있었는데 이렇게 크게 우상향했던 주식이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다른 종목들도 3년 동안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선광 1056.55%, 삼천리 590.01%, 서울가스 569.77%, 다우데이타 469.28%, 387.54%, 하림지주 175.04%, 다올투자증권 130.22% 등이다. 8개 종목 모두 코스피가 오른 폭(34.03%)보다 수 배 이상 뛰었다.

조회 공시 요구 기준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준을 공개할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 세력들이) 회피할 수 있어 비공개”라며 “매일 감시하고 단기, 장기 등 다양한 방면으로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이들 종목은 또 최근 1년간 투자경고종목(과거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된 바도 없다. 오직 하림지주만 투자경고종목보다 낮은 투자주의종목으로 한 차례 지정됐을 뿐이다. 투자경고종목이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시장 안정화 조치다. 조회 공시 요구가 회사에 주가가 오른 이유를 묻는 것이라면 투자경고종목은 회사에 묻지 않고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것이다.

과거 2007년 루보 사태 때 주가 조작 세력이 6개월에 걸쳐 주가를 조작하자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은 이상급등종목 지정을 강화했다. 단기 급등(5일간 75% 이상) 시에만 적용되던 지정 요건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경우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였다. 이는 루보처럼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주가를 조작하는 경우 적발을 못 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8개 종목도 루보처럼 모두 이 기준을 빠져나갔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해당 종목들에 대해)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투명한 공시이기에 조회 공시 요구 요건 또는 투자 경고 종목 지정 요건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기술의 한계상 모든 범죄를 예방하긴 어렵지만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신종 주가 조작을 안 만큼 거래 당국의 대응도 맞춰서 고도화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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