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가 아마존에 중장비를 팔지 않는 이유

강한들 기자 2023. 4. 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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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괴 현장에서 그린피스가 포착된 굴착기는 총 176대였다. 이중 75대(약 42.6%)가 현대 제품이었다. 그린피스 제공

HD현대건설기계가 브라질 아마존 내 3개 주에서 건설 중장비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가 브라질 아마존을 파괴하는 데 이용된다는 비판을 수용했다.

HD현대건설기계(이하 현대건설기계)는 28일 “불법채굴로 인한 아마존 환경 파괴와 원주민 침해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며 “HD현대건설기계는 아마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그린피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여 동안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내 불법 금 채굴 현장 3곳을 조사해 포착한 굴착기 176대 중 75대(42.6%)가 현대건설기계 장비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현대건설기계가 ‘아마존 파괴의 조력자’라고 주장했다. 중장비를 재판매하는 업체 BMG의 대리점은 ‘개발 현장’이 없는 아마존 한가운데에 있었다. BMG 대표인 로베르토 가츠다는 2019년 지역 의회 공청회에서 “2013년~2019년 동안 불법 금 채굴의 중심 도시인 이타이투바에서만 현대 굴착기 600대를 채굴업자들에게 팔았다”라고 말했다. 2021년 7월쯤까지 현대건설기계의 브라질 공장 누적 굴착기 생산 대수는 1000대였다.

현대건설기계는 ‘분쟁 지역·테러 단체에는 중장비를 판매하지 않’는 등 윤리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아마존 내 3개 주에서 불법적인 사용과 관련한 건설 중장비 판매를 중단한다. 3개 주에는 그린피스가 조사했던 원주민 보호구역 3곳이 속해있다.

장비 수리 등 유지보수와 부품 제공도 멈춘다.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활동하는 불법 채굴업자에게 굴착기를 판매하는 일을 주도한 BMG와 재판매 계약도 브라질 중장비 판매 총판인 BMC 현대와 협의해 끝내기로 했다.

불법 채굴 현장에서 브라질 환경부의 단속에 적발된 현대 중장비가 불타고 있다. 브라질 환경부 제공

그린피스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브라질 이타이투바 지역 연방 검찰청(MPF)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중장비를 사용한 불법 채굴로 환경 파괴·원주민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민사수사’를 시작했다. MPF는 아마존에서 불법 채굴 시장의 수요를 맞추는 방향으로 굴착기가 판매됐고 관련 기업을 통제할 조치는 없었다고 봤다. 조사 과정에서 현대건설기계 측은 브라질 검찰의 정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대건설기계는 “아마존 환경 및 원주민 보호를 위해 최대한 성실히 동참하겠다”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브라질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인류의 인권과 환경 보호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이번 발표가 불법 금 채굴로 인한 아마존 파괴 속도를 크게 늦추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라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중장비 제조·판매업체들과 브라질 정부가 함께 법적·제도적·기술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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