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대장’ 오세근, 세월을 거부하는 진화형 빅맨

김종수 2023. 4. 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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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와 서울 SK가 펼치는 챔피언결정전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승 기세를 살려 SK가 1차전을 잡았으나 KGC 또한 2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지난시즌 통합우승의 주축멤버 안영준, 최준용이 빠진 SK는 정규시즌 MVP 김선형(34‧187cm)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를 중심으로한 화력 농구로 팀을 재개편했고 KGC 또한 특유의 안정감있는 밸런스 농구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유독 가드들의 활약이 빛났다. 고양 캐롯 ‘미라클 쇼’의 새로운 주연으로 활약한 프로 2년차 이정현(23‧187cm)을 비롯 ‘플로터’라는 명검을 들고 KBL 전장을 누빈 SK 기사단장 김선형까지…, 매경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테크니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런가운데 매경기 기복없이 제몫을 해내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한 발걸음을 걷고있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KGC ‘인삼 대장’ 오세근(35‧199.8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 어느팀보다도 포지션별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KGC지만 거기에는 오세근의 존재감이 크다.


적지않은 나이에 크고 작은 부상과 싸워나가면서도 여전히 리그 탑급 빅맨으로서의 위용을 지켜나가고있는 그가 있기에 KGC는 어떤 팀을 맞아서도 상성관계없이 진검승부를 펼치는게 가능하다. 정통파 빅맨이 아닌 오마리 스펠맨(25‧206cm)이 장기인 3점슛을 마음놓고 던질 수 있는 것도 좋은 포스트 파트너를 둔 이유가 크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오세근은 변함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첫경기에서 36분 31초를 뛰며 21득점(야투성공률 62.5%), 1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차전에서도 31분 31초동안 21득점(야투성공률 69.2%), 9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했다. 이름을 빼고 기록만놓고보면 '외국인선수급'이 아닌 그냥 외국인선수라고해도 나쁘지않아 보인다.


지난시즌과 비교해서 전력누수가 심한 SK에 비해 KGC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성현이라는 걸출한 슈터가 빠져나갔지만 배병준이 빈자리를 일정 부분 메워주고 있으며 아시아쿼터제도를 통해 팀에 합류한 렌즈 아반도(25‧188cm)는 탈 동양인급 운동능력과 탄력을 선보이며 ‘사실상 단신 외국인 선수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정규시즌 당시에도 SK를 상대로 유달리 성적이 좋았던 아반도인지라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비밀병기'로 기대가 컸다. 1차전에서의 부진으로인한 아쉬움도 잠시 2차전에서 18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로 펄펄날았다. ‘KGC는 외국인선수가 셋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근의 공수에서의 존재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스펠맨과 아반도는 좋은 선수다. 화려한데다 폭발력까지 갖추고 있다. 문제는 기복이다. 스펠맨은 외곽슛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공수에서 경기력이 확 떨어진다. 아반도는 팀플레이 이해도나 세밀한 수비 등에서 더 배워야된다는 지적이 많다.


장단점이 뚜렷한지라 잘할 때는 정말 잘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어지간한 벤치멤버보다도 활약상이 떨어질 때가 있다. 슈터 배병준 또한 슈팅력 자체는 좋은 선수지만 강한 수비수와 맞서게되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오세근은 그러한 모든 부분에서 동료들을 체크하고 도와주는 특급 도우미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스펠맨이 외곽 플레이를 많이하면 포스트 플레이에 집중하고 돌파 중심으로 공격패턴을 바꾸면 활동범위를 넓게가져가며 공간을 만들어준다. 아반도가 코트에 나서면 장기인 점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스크린이나 패싱플레이를 통해 길을 열어주고 수비수를 자신 쪽으로 집중시킨후 킥아웃 패스를 통해 배병준 등 외곽슈터를 살리는 플레이도 잘한다.


KBL 우승 3회, 정규시즌 MVP 1회, 플레이오프 MVP 2회, FIBA 아시안컵 베스트5,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오세근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시절 내내 변화를 두려워하지않고 엄청난 노력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당 1개가 안되기는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오세근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0%였다.


거기에 한창 때처럼 몸싸움을 많이 벌이지 않더라도 매치업 상대가 볼을 잡기 어렵게 길목을 차단한다던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등 수비 또한 영리하게 잘 해내고 있다. 2대2 게임 등 패싱플레이에도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본래도 좋았던 BQ가 경험이 쌓이면서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세근의 플레이는 SK 김선형처럼 화려하고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공수에서의 건실함을 통해 팀전력 자체를 꾸준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묵묵한 기둥으로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는 인삼 대장이 또 다시 KGC를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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