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만9500달러 돌파 못하면 큰 하락" 경고한 이유 [강민승의 트레이드나우]
글로벌 긴축 우려에 조정을 받은 비트코인(Bitcoin, BTC)이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위기 사태로 다시 주목받으며 그간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2만9500달러를 안정적으로 재돌파하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실패하면 큰 폭으로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8일 오후 3시 15분 기준 현재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11% 오른 3930만 원(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2만947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0.34%를 기록하고 있다.
美 은행권 위기 재점화…비트코인 '자산 피난처'로 주목
최근 비트코인의 반등은 미국의 은행권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전통 금융의 위험성을 헤지하는 자산 피난처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사 스탠다드차타드의 제프 켄드릭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와 미 중소형 은행의 위기 속에서 비트코인은 탈중앙화하고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원래의 전제를 입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위험 자산이 안정화되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트코인은 내년 말까지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아서 헤이즈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은행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한다면 동일한 문제가 있는 미국의 대다수 은행도 파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은 전통 금융의 불확실성이 금과 비트코인 시세를 상승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은 최근 한 달 새 1000억 달러(한화 133조 원) 규모의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서'제 2의 실리콘밸리은행'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예금 보유액이 작년 말보다 40% 넘게 감소한 1045억 달러(한화 14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올 들어 93% 넘게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산 송장(Living Dead)'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은행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좋은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은행 웰스파고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규모는 시장 추정보다 훨씬 나빴고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다른 미국 중소형 은행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상당 자금이 미국 지역 은행에서 대형 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했다"면서 "미국 중소형 은행 간 예금 이자를 두고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이들 은행의 수익이 줄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지역 은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이유로 자이언스뱅코프 등 미 지역 은행 11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미국 지역 은행들이 자산과 부채를 관리하는 부담이 더 커지고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美 연준 베이지북, 인플레 둔화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세가 더욱 오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금리 인상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고 오히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9일 연준이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SVB 사태 이후 미국의 고용과 인플레이션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지북은 "전체적인 경제 활동은 최근 몇 주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소비자와 기업 모두 대출 규모와 수요가 대체로 감소했고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수 구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블룸버그는 "연준의 최근 베이지북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라고 해석했다. 또 CNN은 "이번 베이지북에 등장한 가장 큰 변화는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분위기를 언급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베이지북은 연준의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초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 은행 업계는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알리시아 리바인 뉴욕멜론은행 자산운용 투자 전략 책임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 위축이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SVB) 은행 사태 당시 생각했던 것만큼 침체가 갑자기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신용 위축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레고리 다코 언스트앤영(E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US뉴스앤월드리포트에 "미국의 물가 상승세와 고금리 정책, 강화된 대출 조건은 향후 몇 달 동안 기업 투자와 개인 지출, 시장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현재 경제에 광범위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는 어느 순간 급격히 찾아올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찰스 달라라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도 "올해 하반기에 가벼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는 "주요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연준이 초래하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5월 이후 금리인상 종료 단정 어려워…통화정책 전환 시간 걸릴 듯"
시장은 긴축에 대한 경계심도 놓지 않고 있다. 내달 4일까지는 FOMC를 앞둔 블랙아웃 기간으로 연준 위원들의 외부 발언은 제한되지만 이들은 지난주 내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 긴장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앞서 지난 18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월가는 우리가 6개월이나 그 뒤에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경제를 이같이 판독하기는 어렵다"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은 물가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5.5~5.75%까지 인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지난 17일 비즈니스 경제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현재 연준의 긴축 강도가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고강도 긴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도 대조된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은행들이 SVB 파산 여파로 스스로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오는 5월 FOMC 회의 이후에도 금리 인상이 종료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5월) 한 번 더 금리를 올린 뒤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높아 오는 6월 금리 인상이 테이블 위에 또 올라올 수 있다. 아직 5월 인상 뒤 금리 인상 종료가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사장도 최근 파이낸스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둔화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은 커졌다"면서 "오는 5월 연준이 0.25%p 금리 인상에 그칠 수 있지만 진정한 '피벗'(통화정책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멀어지면서 증시는 추가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28일 오후 3시 15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5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3.4%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16.6%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2만9500달러 돌파 여부 중요…28일 美 PCE 발표 주목"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2만9500달러(한화 3941만 원)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하락장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단기 변동성이 한동안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유시 진달 뉴스비티씨 가상자산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지난 26일 3만37달러 단기 고점을 찍고 2000달러 넘게 급락하는 등 최근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진달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2만8800달러를 상회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다음 저항선은 2만9500달러 근처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2만9500달러를 상회하면 3만 달러, 3만10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2만9400달러를 돌파하지 못하면 새로운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라며 "추가 하락에 대한 지지선은 2만8650달러, 2만8000달러, 2만7500달러선에 차례로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의 지난 27일 보도에 따르면 유명 가상자산 트레이더 무로는 "2만9500달러선은 비트코인의 가격 추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점이 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이 2만9500달러를 돌파하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돌파에 실패하면 큰 조정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명 시장분석가인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스트레티지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가격대에 올랐다"면서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항선인 3만 달러를 확실히 돌파한다면 현재 가격에서 24% 추가 상승한 3만59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톡턴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중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가격은 저항선을 돌파하기 보다는 지지선 쪽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고, 이번 주말까지 약세가 지속되면 더 깊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인 2만7509달러를 깨고 내려오면 2만5200달러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야 하세가와 일본 비트뱅크거래소 가상자산 연구원은 "지난달에도 미국 은행권 위기가 비트코인의 시세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오는 28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2만8800달러에서 2만9000달러 사이 저항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미 3월 PCE 발표를 기점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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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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