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박서준의 코믹 연기를 이병헌 감독 의도대로 따라가 보니('드림')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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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 은 소재로만 보면 눈물 쏟아내는 최루성 작품이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작품이다.

전혀 이런 재능기부에는 관심도 없는 홍대는 소민이 써주는 대본대로 괜찮은 인성을 가진 사람처럼 홈리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고동락을 하고, 다큐 정신이라고는 1도 없는 소민 역시 오로지 시청률을 위해 자신의 각본대로 촬영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티키타카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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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데 먹먹한 ‘드림’, 스포츠와 이병헌 감독표 코미디가 만나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사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은 소재로만 보면 눈물 쏟아내는 최루성 작품이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작품이다. 2010년 홈리스 풋볼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당연히 사연 없는 홈리스들은 없다. 어쩌다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고 삶의 의지조차 별로 없는 이들이 축구를 하면서 보여줄 변화. 어찌 감동과 눈물이 없겠는가.

실제로 이 작품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홈리스들이 등장한다. 보증을 잘 못 서 홈리스가 됐지만 딸과 함께 살 집을 꿈꾸는 효봉(고창석), 길거리로까지 내몰려 상처 주는 이들만 많았지만 유일하게 그 상처에 약을 발라준 여인과 사랑에 빠진 범수(정승길), 사고와 함께 사라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인선(이현우), 잘 나가던 사업가였지만 하루아침에 망한 후 뒤늦게 가족을 소홀히 해온 것을 후회하며 참회하는 종수(김환동) 등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면면만으로도 느껴지는 눈물의 향기를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코미디가 가득한 말맛을 통해 웃음으로 풀어낸다. 어쩌면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소재지만, 눈물보다는 웃음이 더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낸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이들 국가대표를 이끄는 감독으로 일종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게 된 축구선수에서 연예인으로 변신을 꿈꾸는 윤홍대(박서준)와 그 이미지 세탁을 위해 대본 있는 다큐를 찍는 PD 이소민(아이유)이라는 캐릭터들이다.

전혀 이런 재능기부에는 관심도 없는 홍대는 소민이 써주는 대본대로 괜찮은 인성을 가진 사람처럼 홈리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고동락을 하고, 다큐 정신이라고는 1도 없는 소민 역시 오로지 시청률을 위해 자신의 각본대로 촬영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티키타카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드림>의 주요 서사인 홈리스들에게 축구를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준다는 소재는 일종의 '도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그대로 풀어내면 신파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은 홍대와 소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행위 자체를 '진심 없는' 모습으로 희화화함으로써 이런 위험성을 피해나간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이들의 변화를 통해 '진심 없는 모습'의 반전이 더 극대화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 소재, 그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아졌다. 그 흐름 안에 담겨있는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스포츠로 풀어내는 지점이나,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정서 또한 <드림>에는 빠지지 않는다. 승자의 서사가 아니라 패자지만 저마다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뛰는 이들이 가져가는 승자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가 들어 있는 것.

하지만 <드림>은 스포츠의 경기보다는 그 경기에 뛰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휴먼드라마가 더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경기의 승패보다 이들이 경기를 뛰게 되는 저마다의 이유와 거기 담겨져 있는 그들의 꿈이 가슴을 건드린다. 박서준과 아이유의 코믹 연기에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가 주는 웃음을 따라가다 보면 그 웃음과 더불어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드림>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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