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은 ‘노가다’ 하는 사람이나 쉰다”는 상사

근로자의 날 휴무 두고 직장 직급 간 갈등도…규모 작을수록 안 쉬는 업체도 많아
근로기준법 따른 유급 휴일인 만큼 사업주 재량·회사 내부 사정 따라 휴일 여부 정하면 돼
근로자의 날 출근하면 기본 급여 외 휴일 근무 가산 수당 지급 받아야

기사 내용과 무관함. 클립아트코리아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사원입니다. 회사 사수한테 ‘저희 근로자의날 쉬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생각을 하고 말하세요’라면서 한숨을 쉬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잘못된 질문을 한 건가요?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하는 거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이 올라온 사연이다. 근로자의 날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일이라 사업주 재량이나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휴일 여부가 정해진다. 이로 인해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근로자의 날 일하는지 아닌지에 얽힌 갖은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다른 회사들이 근로자의 날에 쉬는지를 묻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으며, ‘나는 근로자의 날 일하는데 어린이집에서 그날 등원시키지 말라고 눈치 준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27일 한 중소기업 커뮤니티에는 상사가 “근로자의 날은 노가다(‘막일’의 일본식 표현)하는 사람이나 쉬는 거지”라고 말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점심을 먹던 중 회사 경리가 ‘토·일·월에 친구랑 부산 여행을 간다’고 말했더니 대표가 ‘월요일은 바쁘니 연차를 피해 써달라’고 했다.

이에 경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날인데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부장이 “근로자의 날은 노가다 하는 사람들이나 쉬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는 것.

졸지에 여행을 취소할 상황에 놓은 경리는 그 자리에서 근로자에 날에 대해 검색을 해 봤다고. 그러더니 “유급 휴가라고 하네요”라며 “출근하면 수당 줘야 한대요”라고 말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이사까지 나서 “그런 거 다 챙기려고 하면 ○○씨가 밉보여요”라며 “회사가 이제야 좀 바빠졌는데 열심히 해야죠?”라고 대표와 부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이어 “내년에 연봉 협상 불리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은근히 압박까지 넣었다는 전언이다.

인크루트 제공

 
불똥은 A씨에게까지 튀었다.

A씨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의견을 묻는 상사들에게 “나라에서 정해준 쉬는 날은 쉬는 게 맞지 않나요?”라고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또 상사들이 경리에게는 뭐라고 못하겠으니 자기한테만 뭐라고 하기에 A씨는 “서로 융통성 있게 넘어가면 되는데 화내지 마시라”고 중재했다고. 

그런데 대표가 A씨에게 “그럼 너도 그런 회사 찾아가라”며 “내가 해준 게 얼만데 뒤통수를 맞네”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최근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에 출근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총 30.4%로 10명 중 3명이 근로자의 날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무’라고 답한 근로자는 55.4%, ‘내부에서 확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는 14.2%다.

근로자의 날 출근한다고 밝힌 이들의 회가 규모를 보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의 영세기업이 절반(59.1%) 이상이었으며, 이어 △5~300인 미만 중소기업(28.7%) △300~999인 미만 중견기업(24.4%) △1,000명 이상 대기업(21.2%)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근로자의 날은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직원이 근무하지 않더라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근로자의 날에 근무할 경우 기존 임금 외에 휴일 근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데,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시급제 근로자의 경우 통상임금의 2.5배를 지급받아야 한다.

고용주가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56조와 10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에는 휴일 근무 가산 수당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인크루트가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회사에서 휴일근로수당 또는 보상 휴가를 주는지를 묻자 ‘준다’는 응답은 36.4%, ‘주지 않는다’는 응답이 39.0%로 비등하게 나타났다. 이 외에 ‘모르겠다’는 응답이 24.6%로 회사에서 따로 안내해준 적 없다고 답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