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스핀오프’ 예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작에 비해 낮은 시청률…스타성 확장에 방점
방송가가 파생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트로트라는 장르에 다시 불을 붙였다면, 이제 남은 불씨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가져간다. 주춤했던 트로트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은 두 방송사는 한 차례 숨 고르기를 끝낸 후 다시 맞붙는다. 이미 《불타는 장미단》과 《장미꽃 필 무렵》을 출범시킨 MBN과, 5월 《트랄랄라 브라더스》를 론칭할 TV조선의 2차전이다.
TV조선과 MBN의 2차전
두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스핀오프를 통한 대결을 예고했다. 《미스터트롯2》는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예선 탈락자가 주인공이 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한풀이 노래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프로그램 방영 중간에는 《미스터트롯2-미공개 올하트 스페셜》을 통해 방송시간 제약 때문에 공개되지 못했던 참가자들의 무대를 콘텐츠로 삼았다. 당시 TV조선은 《미공개 올하트 스페셜》을 《불타는 트롯맨》 방송시간인 화요일 밤에 편성하면서 경쟁 구도를 가져갔다. 이제 양사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종영 이후 시청률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카드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꺼내든 셈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을 보면 왜 스핀오프가 방송가에 계속 등장하는지에 대한 답이 보인다. TV조선의 2부작 《미스터트롯2 토크콘서트》는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예능에서 목요일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영상을 모아 재방송한 《미스&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도 수요일 1위였다. MBN의 《불타는 장미단》은 《불타는 트롯맨》에 이어 화요일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의 스핀오프 콘텐츠인 《국가가 부른다》도 쟁쟁한 금요 예능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55회까지 진행된 후 막을 내렸다.
최근 MBN은 기존의 《불타는 장미단》에 더해 《장미꽃 필 무렵》까지 내놓으면서 화요일의 시청률에 힘을 실었다. 《장미꽃 필 무렵》은 《불타는 트롯맨》 참가자들을 '유닛'으로 구성한 스핀오프로, 일명 '신·에·손'이라 불리는 손태진-신성-에녹 트리오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팬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다. MBN은 《장미꽃 필 무렵》을 유닛 활동의 '첫 신호탄'이라 부른다. 앞으로 《불타는 트롯맨》의 다양한 멤버를 유닛으로 한 스핀오프 예능을 계속 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민수현과 김중현, 박민수, 공훈으로 이뤄진 새로운 팀도 공개했다.
5월부터 방영하는 《미스터트롯2》의 스핀오프 《트랄랄라 브라더스》는 안성훈, 박지현, 진해성, 나상도, 최수호, 진욱, 박성온 등 톱7에 화제의 참가자 3인을 더해 10인 체제로 간다. 노래와 함께 퀴즈나 게임 등 예능을 접목한 콘텐츠로, 최근 첫 녹화를 마치고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미스트롯》 이후 달라진 방송가
스핀오프는 주로 흥행한 영화나 드라마의 캐릭터와 설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했다. 과거 예능가에서는 《무한도전》 흥행 이후 최초의 예능 스핀오프 프로그램 《무한걸스》가 등장했고, 《정글의 법칙》의 여성판 스핀오프 《정글의 법칙 W》,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등이 나왔다. 인기 예능을 출연자의 성별을 바꿔 재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정규 편성이 아닌 연휴 특집 등으로 방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스핀오프 예능은 프로그램의 흥행에 따라오는 공식이 됐다. 스핀오프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장르를 바꾸거나, 구성을 바꾸거나, 기존 출연자들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설령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기존 팬덤을 가져가는 장치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희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고, 흥행 여부도 판가름하기 힘들다. 반면 스핀오프 콘텐츠는 원 콘텐츠에 열광했던 팬들이 이미 확보돼 있는 상황이라 그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져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보다는 방송가의 '자구책' 차원이다.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OTT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방송사는 인기가 담보된 프로그램의 DNA를 활용해 시청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획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공을 들인 프로그램의 인기를 연장할 수 있고, 본편을 IP로 삼아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는 스핀오프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중적 관심을 끌기 좋은 데다 홍보하기도 쉽다. 스핀오프가 방송가의 소심한 전략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방송가가 특히 트로트 오디션을 활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그동안의 성공 공식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으로 높은 시청률을 맛본 TV조선은 역대 가장 성공한 트로트 오디션을 활용한 예능을 다양하게 등장시켰다. 《미스트롯》의 스핀오프 격으로 등판시킨 프로그램이 《뽕 따러 가세》다. 우승자인 송가인이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등 여러 도시를 돌며 대중이 원하는 곡을 불러주는 《뽕 따러 가세》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무려 35.7%라는 종편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 《미스터트롯》을 활용한 스핀오프는 당연히 만들어야 했다. 트롯맨들이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신청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은 후 즉석에서 신청곡을 불러주는 《사랑의 콜센타》는 최고 시청률 23.1%를 기록했고, 두 자릿수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하며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을 눌렀다. 《미스터트롯》이 끝난 후에도 목요일을 '트로트의 날'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일명 트롯 'F4'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를 중심으로 한 성장 예능 프로그램인 《뽕숭아학당》 역시 첫 방송 만에 지상파 3사 예능을 모두 제치고 수요일 예능 1위를 차지하면서 '트롯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저력을 보여줬다.
최근 흥행하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모체는 '오디션'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승자를 탄생시키고 그대로 종료됐지만,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파생 예능을 성공시킨 후부터 방송가는 오디션 이후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KBS는 《트롯전국체전》의 톱8을 중심으로 《트롯매직유랑단》을 선보였고, mbn도 《보이스퀸》을 마무리한 후 《여왕의 전쟁 트로트퀸》을 내놨다. JTBC는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을 통해 유명해진 톱3를 전면에 내세워 《싱어게인-유명가수전》을 방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연기되면서 참가자들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예능은 팬들과의 접점으로도 기능하게 됐다.
확실한 원톱 스타의 부재라는 아쉬움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과제는 흥행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무명의 참가자들이 실력을 입증하며 성장하는 서사가 담겼다. 스핀오프는 그 서사를 거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얼마나 스타성이 있는 참가자들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했는지에 따라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성적이 달라진다.
《뽕숭아학당》은 기존에 인기 있는 참가자들로 구성한 콘텐츠였음에도 《미스터트롯》 우승자였던 임영웅이 하차한 후 그 여파가 나타나기도 했다. TNMS 시청자 데이터는 당시 가구 평균 시청률에서는 큰 하락이 없었지만, 60대 여성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9만 명의 시청자가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톱7에 오르지 못했던 참가자까지 조명을 받는 《미스터트롯》과 달리,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에서는 《미스터트롯》을 넘어서는 독보적인 스타와 팬덤이 구성되지 못했다. TV조선과 MBN이 또 한 번의 대결을 예고했지만 두 프로그램이 《미스터트롯》의 스핀오프 프로그램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월초에 시작한 《불타는 장미단》의 첫 방송 시청률은 5.6%였다. 손태진, 신성, 에녹 트리오를 중심으로 구성한 《장미꽃 필 무렵》의 최근 시청률도 2.3%에 그쳤다. TV조선은 스핀오프인 《트랄랄라 브라더스》를 구성하면서 톱7에 송민준과 윤준협 등 인기 참가자들을 더했는데, 이는 분산돼 있는 팬들을 더 많이 이끌어오기 위해서였다.
최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은 스타성을 확장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계속되는 대결 포맷을 갖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스핀오프에서는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래 실력을 기본으로 예능감, 유머 코드, 인간성 등 새로운 매력을 프로그램을 통해 비추며 스타를 키워내는 측면에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MBN은 '경연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트롯맨들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겠다'는 것을 스핀오프의 목표로 잡았다. 《불타는 트롯맨》의 노윤 작가는 "이어지는 스핀오프를 통해 송가인·임영웅과는 또 다른 결의 트로트 스타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스핀오프는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
기존 팬덤에 새 얼굴 더해 승부수
스핀오프는 원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텐트폴 예능이나 기존에 막강한 팬덤을 지닌 예능 프로그램만이 스핀오프를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스핀오프는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도 하다. 스핀오프 예능의 선구자로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나영석이다. 대표적인 흥행 예능 《신서유기》는 《강식당》 《라끼남》 《나홀로 이식당》 등 스핀오프로 연결됐고,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을 앞세워 《윤식당》과 《윤스테이》를 파생시켰다. 그리고 지금 《윤식당》의 스핀오프인 tvN 《서진이네》는 8%가 넘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금요 예능으로 선방하고 있다.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포맷은 같지만, 《윤식당》에서 가게 이사로 경영 전반을 맡았던 이서진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프로그램의 색깔은 달라졌다. 여기에 신입 막내 뷔와 경력 인턴 최우식이 합류했다.
채널A의 《나만 믿고 먹어봐, 도시횟집》은 4개의 시즌 동안 낚시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았던 채널A의 간판 예능 《도시어부》에서 파생됐다. 《도시어부》 멤버들이 직접 잡은 수산물을 이용해 횟집을 운영한다. 이덕화, 이경규, 이수근, 이태곤, 김준현이 낚시와 요리를 담당하고, 홀 매니저로 윤세아가 합류했다. 위너, 마마무, 트와이스 등 아이돌 멤버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시청자층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경남 마산에서 주말에만 영업하는 도시횟집에 가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하지만,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한다. 무려 7년 동안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팬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고정 시청자층을 꽉 잡고 있는 스핀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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