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워싱턴 선언, 정상 차원 합의라는데 의의…핵공유는 아냐”[일문일답]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한국에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명시한 것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정상 차원에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과 서로의 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 것은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자리에 함께 한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 선언에 담긴 확장억제 강화 내용이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사실상 핵공유’라고 밝힌 것을 미국 정부가 바로 다음날 반박한 모양새다. 핵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핵공유’라는 표현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이건 국장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공약 재확인’이 명시된 것에 대해 “동맹의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역내 핵 비확산 우려를 관리하려는 차원의 노력”이라며 한국 내 핵무장 찬성 여론을 긴밀하게 주시하면서 한국측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두 당국자들과의 일문일답.
-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했는데, 미국 정부도 이에 동의하나.
케이건 = 그냥 매우 직접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de facto nuclear sharing)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한·미 간 파트너십과 동맹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본다. 이는 북한의 매우 공격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와 언사로 인한 분명한 도전에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방식이다.
- 그렇다면 한·미의 시각이 처음부터 다른 것은 아닌가.
케이건 = 그 주장은 반박하고 싶다. 우리는 한국의 동료들과 폭넓게 논의했다. 우리에게 ‘핵공유’는 중대한 함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선언이 양국 정부가 매우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때 더 협력하고, 더 이해하도록 돕는 큰 걸음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선언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실제로 반영하는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크리튼브링크 = 이번 국빈 방문에서 나와야 할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과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일치되고 단합됐다는 것이며, 따라서 차이점에 집중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 양국이 같은 입장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케이건 = 미국과 한국 간에는 이 선언이 무엇인지에 대해 폭넓은 이해가 있다.
- 한국 대통령실을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텐데 핵공유가 아니라고 밝힌 이유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공유가 아닌 것인가.
케이건 = 그렇다. 이 선언의 초점은 한국과 더 협의하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더 민감한 논의를 많이 하고, 한반도와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의 가시성을 증진하겠다는 약속이다.
- 핵공유에 대한 미국의 정의는.
케이건 = 핵공유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들어가지 않겠다.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 입장에서 핵공유는 핵무기의 통제가 어디에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여기(워싱턴 선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대통령실이 핵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가 아니지만, 우리가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핵공유가 아니다.
- 워싱턴 선언이 기존의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와 어떻게 다른가.
케이건 = 핵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했다. 북한의 언행으로 전략적 환경이 달라졌고, 이에 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핵협의 그룹(NCG)은 우리가 과거에는 (한국과) 논의할 의향이 적었던 여러 주제들에 대한 대화를 포함한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관계의 진화를 반영한다. 한국은 이전부터 여기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우리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진정한 파트너이자 동맹이 되고자 하는 양국의 바람을 반영한다.
- 워싱턴 선언이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한국 국민의 불안을 완화할 것으로 보나.
케이건 = 이 선언은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확장억제를 강력하게 재확인하고 있으며 미국이 한국과 함께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한국 국민의 우려를 완화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한미 동맹의 역사와 양국이 함께 이룩한 성취를 돌아보면 이 선언의 의미는 상당하다. 우리는 미국이 한국의 우려를 듣고 이해했으며 매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
-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 전문가들은 ‘핵협의’가 아닌 핵기획 그룹(NPG)을 예상했다.
케이건 = ‘협의냐, 기획이냐’가 죽고 사는 문제라는 지적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NCG는 대단히 민감하고 복잡하며 중요한 (핵) 문제를 지금까지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다룰 것이다.
- 법적 구속력이 없는 워싱턴 선언이 미국의 미래 대통령들의 한국 방어를 보장할 수 있나. 미래의 한국 정권도 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케이건 = 정상 간 선언은 미국 시스템에서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선언에는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요소들이 있다.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억제와 역내 기존 균형을 유지하는 것 간에 매우 강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이익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이라는 동맹과 확장억제는 한국에 도움이 되며 한국과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는 것도 미국에 도움이 된다.
크리튼브링크 = 정상 차원에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과 서로의 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 것은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닌다. 국빈 방문 기간 우리는 양국을 하나로 묶어준 모든 연대와 공통의 가치,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념하고 있으며 이런 가치와 이해관계, 양국이 공유한 역사와 희생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가장 성공적인 동맹 중 하나는 지속될 것이다.
- 한미 핵협의 그룹(NCG)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기존의 협의체와는 어떻게 다른가.
케이건 = EDSCG가 전략적, 개념적 수준이라면 NCG는 운용(operation)에 더 관련된 것이다. 좀더 실용적인 수준에서의 대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한·미 양국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은 어떻게 되나.
크리튼브링크 = 국방부에 문의할 것을 권한다. 다만 우리는 70년을 협력한 역사가 있다. 미군은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매일 작전을 수행하고 훈련·교류하며 한반도를 방문하고 있다. (비용 분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 워싱턴 선언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에 미칠 영향은
케이건 =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부터 대화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선언 때문에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 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정말로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하고 싶다. 북한이 우리 제안에 응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은 외교나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크리튼브링크 = 북한의 반응을 통제할 수는 없다. 지난 두어년간 북한은 100여건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게 우리의 반복된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답변이었다. 워싱턴 선언의 마지막 줄에는 두 정상이 북한과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북한에 보내는 신호다.
- 워싱턴 선언에 대해 중국과 사전 소통했는데, 중국의 반응은.
크리튼브링크 = 우리는 책임있는 세력으로서 워싱턴 선언의 의미에 대해 역내와 세계의 몇 협력국과 소통했으며 중국과도 소통했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중국의 친구들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우리는 중국 정부를 포함한 모두에게 워싱턴 선언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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