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극우 발언 쏟아낸 디샌티스…트럼프 따라잡기?

손우성 기자 2023. 4.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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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사법 개혁 옹호
“서안지구는 유대인의 땅” 발언도
차기 대선서 보수 지지층 흡수 전략
론 디샌티스 미 플로리다주지사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예루살렘포스트 주최 콘퍼런스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옹호하는 등 극우 발언을 쏟아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격화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놓고도 “유대인의 역사적인 땅”이라고 말해 아랍권을 자극했다.

각종 공화당 가상 경선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크게 뒤진 디샌티스 주지사가 강성 보수 지지층 흡수를 위해 의도적인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아 우파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 의지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은 통치 방법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국이지만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 개혁 반대 시위가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날 선 메시지도 내놨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서안지구는 점령된(occupied) 영토가 아닌 분쟁(disputed) 지역으로 봐야 한다”며 “그곳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역사적인 유대인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아랍의 실체는 없다”는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내뱉었다. WP는 “국제사회가 서안지구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확실히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콘퍼런스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리드먼 등 강경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프리드먼은 2018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아랍권에선 ‘주적’으로 꼽힌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 지시하기 전부터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압박했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아랍권이 동맹을 맺을 좋은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며 “적절한 정책과 관계를 통해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신이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에서의 반유대주의 척결에도 힘썼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대계 표심을 공약했다.

론 디샌티스 미 플로리다주지사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날 발언을 놓고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전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았는데, 특히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군비 증강 계획을 옹호했다. WP는 “표면적으론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교 경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순방 일정”이라면서도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 이스라엘 방문에 맞춰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편안을 지지하는 친정부 세력의 대규모 집회가 예루살렘에서 열렸다. NYT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버스 1000대가 동원됐다”며 “20년 만에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가장 큰 우익 시위”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다음 주 다시 소집되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개편안 철회는 없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어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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