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글로벌 위상·내공 빛났다…韓영화계 지켜준 10人

조연경 기자 2023. 4.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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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녀최우수연기상 후보
남자최우수연기상 류준열 마동석 박해일 송강호 정우성
여자최우수연기상 배두나 양말복 염정아 전도연 탕웨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녀최우수연기상 후보

가히 한국 영화계 히어로다. 공로상부터 사이좋게 하나씩 안겨야 할 정도로 연기하는 배우를 넘어, 한국 영화를 널리 알리고 또 지켜 준 '영화인'들이다. 도전과 변신은 기본, 스케일도 장르도 다양한 작품들 안에서 각개전투 뛰어 다녔다. 때론 충무로의 희망이, 때론 글로벌 무대의 자랑이 되어주며 기적의 흥행 축포도 쏘아 올렸고, 현 시기 꼭 필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기도 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영화라는 매체와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시선이 전 세계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정통의 시네마를 향한 애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녀최우수연기상 후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오랜 시간 쌓은 내공을 쏟아내며, 카메라 앞 혼신의 열연을 통해 작품의 대변인으로 묵직한 이정표를 또 하나 세웠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트,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을 대상으로 한다. 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동시 생중계,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된다.

과거·현재·미래까지 든든한 남자최우수연기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 〈사진=백상예술대상 홈페이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0대 배우로 유일하게 노미네이트 됐다. '올빼미'의 류준열은 작품과 캐릭터가 모두 호평 받는 성과를 일궈내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 후보 자리에 안착했다. 후보 자격으로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하는 건 딱 6년 만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맹증이 있는 침술사 천경수로 분한 류준열은 낮에는 보이지 않고, 밤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설정에 따라 1인 2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배우 류준열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다시 만난 인생 캐릭터' '대중이 류준열을 통해 보고 싶었던 연기' 등 극찬을 그냥 받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적절한 시기 과감한 도전을 감행한 용기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은 신인 시절 백상예술대상 TV부문(52회)과 영화부문 신인연기상(53회)을 모두 석권했던 류준열의 스펙트럼 넓은 성장에 기특한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이름이 '장르'가 됐다. 대체불가 배우 마동석이다. 지난해 팬데믹과 엔데믹의 경계에서 1269만 기적을 쏘아 올린 '범죄도시2'가 한국 영화계에 보여 준 희망은 천문학적인 수치로도 따질 수 없는 한국형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 탄생 신화가 됐다. 그 중심에서 '맨 손으로 악을 처단하는' 괴물 형사 마석도로 시리즈를 이끈 마동석은 '내 편 일 때 가장 든든한' 존재로 한국 영화계는 물론 관객들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동석의 전매 특허 사이다 열연과 불호 없는 셀링 포인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남녀노소 대중을 사로 잡은 힘, 오히려 더 많은 기대를 남긴 힘은 한국 영화계가 지켜야 할 자산이다. 실제 '범죄도시2'의 1000만 축포는 마치 신기루였던 듯 1년 내내 힘겨운 사투를 펼친 충무로는 오는 5월 다시 마동석과 '범죄도시3'에 흥행을 기댄다. 유쾌 상쾌 통쾌한 힘이 백상예술대상에도 닿을지 주목된다.

박해일에게는 가히 제2의 전성기로 불릴 법한 해였다. 이미 여러 번은 만났을 것이라 생각 됐던 박찬욱 감독을 처음 만나 인생 캐릭터의 꽃을 피웠고, 김한민 감독을 다시 만나 이순신이라는 난세의 영웅 옷을 입기도 했다. 그는 난세와 다름 없이 침체기에 빠져든 영화계에서도 더할나위없이 좋은 타이밍의 기회를 잡으며 스스로는 물론 한국 영화의 건재함을 국내외에 알리는 매개체가 됐다. 무엇보다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필모그래피 처음으로 형사 캐릭터를 맡아 기존 한국 영화 속 형사들과는 완벽한 차별화를 꾀했다.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의 직위에 오를 만큼 유능한 형사 해준은 늘 단정한 옷차림과 청결함을 유지하는 깔끔한 성격,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상대를 대하는 모습. 박해일은 특유의 담백한 표현력과 단단한 내공으로 오로지 박해일표 해준을 완성했다.

살아있는 전설이 또 하나의 역사까지 썼다. 국내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주인공이다. 영화 '브로커'로 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엔데믹 시작과 동시에 한국 영화계에 낭보를 전했던 송강호는 '어나 더 레벨 송강호'라는 수식어에 역사적 기록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 도전작에 힘을 실으면서 '글로벌 K무비' 변화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브로커'에서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으로 분한 송강호는 오랜만에 캐릭터화 된 캐릭터가 아닌, 인간 송강호의 면모까지 엿보이게 만드는 생활 연기로 반가움을 더했다. 묻어 나는 세월의 흔적과 노련미는 무시할 수 없지만 충무로 연기 괴물의 짜릿한 등판을 알렸던 대과거 송강호의 초심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놀라움을 안기는 것이 놀라운 거물이다.

자신을 속속들이 잘 아는 감독을 만나 인생 얼굴, 인생 연기를 남겼다. '치열함'으로 설명되는 '헌트'의 정우성은 흡사 신인 배우의 열정을 보는 듯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중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로 분한 정우성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단단한 모습부터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까지 사실상 '정우성 종합선물세트'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이정재의 첫 감독 데뷔를 단순히 오랜 친구로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카메라 앞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서 있으며 배우로서 스스로의 대표작도 동시에 터뜨렸다. 천하가 인정하는 잘생긴 비주얼에 놀랍게도 새삼 또 반하게 만들고, 연기 자체에서 '멋짐'을 내뿜는 캐릭터는 자연스러운 찬사로 이어졌던 바. '미치도록 멋있는' 정우성을 만날 수 있음에 행복했던 시간이다.

'퀸 오브 퀸' 한 자리에…여자최우수연기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 후보 〈사진=백상예술대상 홈페이지〉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작은 영화에 큰 힘이 되어준 배두나의 선택부터 고마움을 불러 일으킨다. 상업 영화 예술 영화 구분 짓지 않고, 국내 무대를 넘어 해외까지 전천후 활약으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배두나.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 맞춘 '다음 소희'에서 대기업 통 신회사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후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형사 오유진을 연기한 배두나는 배두나가 오유진인지, 오유진이 배두나인지 모를 정도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속 허구의 인물을 현실에 소환 시켰다. 무엇보다 배두나는 같은 직업 다른 색깔의 '브로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되면서 작품으로 소통하는 배우의 좋은 예를 지난 한 해 선보인 두 편의 영화로 사이좋게 보여줬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 깜짝 노미네이트의 주인공이다. 한 해 100여 편의 작품이 극장에서 개봉됐다면, 일명 흥행 반열에 드는 영화는 10편이 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만큼 관객과 대중이 기억하는 작품 또한 만남을 기다린 작품들보다 현저히 적다는 뜻이다. 백상예술대상은, 특히 영화부문은 매 해 큰 사랑을 받은 작품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에 비해 주목도는 적었지만 분명한 의미 있는 알짜배기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것에도 의의를 두고 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역시 이미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 내에서는 큰 힘이 있는 작품으로 소개됐던 만큼 백상예술대상도 이를 놓치지 않고 작품과 배우를 자리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싱글맘 수경으로 분한 양말복은 통념을 깨는 엄마의 모습으로 애증 가득한 모녀의 모습을 전한다. 냉혹한 절규의 열연으로 보여준 공감의 서사가 이토록 강렬할 수 없다.

만인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 만인의 배우 염정아다. '뮤지컬 영화'라는 스스로의 꿈을 이루면서 동시에 본인의 꿈으로 관객들에게 울컥하는 설레임을 전파했다.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까지 안 하는 장르는 있을지언정 하지 못하는 연기는 없는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 요구를 통보한 아내 세연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뜨거운 눈물을 안겼다.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무대에서 노래와 댄스까지 소화해낸 염정아의 도전과 열정이 곧 희망과 힐링이다. 무엇보다 염정아는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캐릭터를 담아낸 '인생은 아름다워'와 '외계+인' 1부로 최우수연기상과 조연상을 함께 노린다. 단 두 편의 영화만으로도 세련미와 친근함의 극과 극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여름 '밀수'로 극성수기 시장을 점령할 새로운 염정아도 기대를 모은다.

'혼연일체'다. 위부터 아래까지 싹 쓸어버리는 베테랑 길복순은 충무로의 전도연 그 자체다. 오랜 시간 '퀸'의 자리에서 군림한 전도연은 올해 건재함을 넘어선 '인생의 황금기'를 또 맞았다. '길복순' 속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활약할 때마다 '전도연이 저렇게 날아다니는데, 후배들이 경쟁할 자리가 있을까'라는 감탄만 나왔다는 반응이 정답이다. 물론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 애초부터 전도연을 두고 탄생한 '길복순' 시나리오지만 그렇기에 더 부담될 수도 있는 캐릭터인 것이 사실. 무엇보다 생애 첫 액션 장르에서 전도연의 전매특허 색깔과 새로운 얼굴을 한꺼번에 보여준 전도연은 따로 또 같이, 홀로 또 동료, 수 많은 후배들과의 앙상블로 함께 빛났다. 킬러와 딸의 엄마라는 이중생활 사이에서의 고민은 실제 전도연의 고민까지 스크린 밖으로 넘실거릴 만큼 몰입도를 높였다.

11년 만에 참여한 한국 영화로 반가움 가득한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에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로 분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해준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그를 대하는 모습으로 '인간 물음표'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상대를 당황케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태연함을 잃지 않는 서래는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단 한순간도 정답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변화무쌍한 매력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모두의 마음을 뒤흔든다. 탕웨이 캐스팅을 위해 박찬욱 감독은 서래를 중국 여인으로 설정하고, 시나리오 완성 전부터 탕웨이를 만나 구술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탕웨이는 그 기대에 버금가는 호연으로 우리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탕웨이의 분위기를 마음껏 뽐낸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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