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가조작 의혹 라덕연, 이중명 아난티 회장이 맡고 있는 법인 2곳에 이사로 등장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깊게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미등록 투자자문사인 H사 대표 라덕연씨(42)가 이중명 아난티그룹 전 회장(80)이 이사장과 협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재단과 협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회장은 라씨가 운영한 투자자문업체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JTBC 보도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는 “이 전 회장의 권유로 라씨에게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라씨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학교법인 해성학원에서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해성학원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라씨는 지난해 4월20일 이사로 등기됐다. 해성학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라씨가 이사로 등기된 자세한 정황은 모른다”고 밝혔다.
해성학원은 경남 남해군 해성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이다. 이 전 회장이 당시 폐교위기였던 해성중·고등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교육환경을 개선한 공로로 올해 초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했다.
라씨는 이 전 회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 의료 관련 협회 홈페이지에도 이사로 등장했다. 해당 협회 홈페이지 이사회 명단에는 라씨 외에도 국회의원, 회계법인 대표 등 정·재계 인사와 의료계 인사들이 기재돼있다. 현재 해당 협회 홈페이지에서 라씨의 이름은 사라진 상태다.
다만, 협회에 따르면 라씨는 정식 등기 이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라씨가 이 협회장님 소개로 후원도 많이 하고 그래서 이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다만, 등기이사는 아닌데 담당직원이 홈페이지를 정리하다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협회는 이 전 회장의 개인적인 투자활동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아난티그룹은 이날 이민규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주가조작 논란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은 2015년 사내이사 사임 후 아난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본건은 이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이슈로 아난티 주가 조작 논란과 일체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계시다”면서 “평범한 노인을 이용하지 말라고 무릎 꿇는 심정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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