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의회 영어 연설 ‘뒷이야기’…대통령실 “미 의원들 ‘원더풀’ 찬사”
윤석열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은 국내 연설에서 강조하는 ‘자유’를 한·미 동맹의 과거·현재·미래 근간으로 띄운 ‘영문 확장판’이었다. 한글 번역본 기준으로 46번 자유를 외쳤고, 앞으로 미국과 함께 ‘자유의 나침반’이 되겠다고 했다. 1번에 한 두번꼴로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역사적인 연설” “훌륭하다”는 미 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연설했다. 자유와 동맹을 연설의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게 골자였다.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가짜뉴스와 선동 등을 지목하는 대목 등 국내 연설에서 최근 자주 언급한 내용들도 눈에 띄었다. 자유 수호를 들어 한·미 ‘가치동맹’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동맹’으로서 국제 현안에 미국과 함께 연대하겠다는 뜻이 연설문 곳곳에 담겼다.
44분간 영어로 연설하는 동안 500여명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서 60번의 박수가 쏟아졌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중 26번은 기립박수였다. 특히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하고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비롯한 자유세계가 나서야 한다는 대목 등에서 환호와 함께 큰 박수가 나왔다.
당초 원고에 없었던 문장을 즉석에서 끼워넣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두 국가의 문화 콘텐츠를 예로 드는 부분에선 “저도 <탑건>의 <매버릭>편, 또한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즉석에서 발언을 추가했다.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는 말 뒤엔 애드리브로 “ “백악관에는 저보다 BTS가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다”고 농담을 던져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연설이 끝난 직후 에드 마키 상원의원 등 상·하원 의원 30여 명이 사인을 요청하고, 가족 중 한국전 참전용사가 있는 의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오면서 윤 대통령이 한동안 회의장 안에 머물러야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의원들은 “대단하다(extraordinary)”, “역사적 연설(historic speech)”, “훌륭하다(wonderful·beautiful)” 등의 말로 연설에 찬사를 보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설 전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환담하며 연설 초청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이번 연설 초청 서한에 공동 서명한 상·하원 양당 지도부 4명을 따로 면담하고 한·미 동맹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연설 이후엔 매카시 의장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매카시 의장은 전날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노래한 것을 들어 “그렇게 좋은 가수 음성을 보유하고 계신지 몰랐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오늘 연설이 한·미동맹의 성공적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보여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워싱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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