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많지만, 가상자산 제도화 성과…A- 학점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선 및 정부 출범 당시엔 신산업으로서 적극 육성하겠다는 기조를 드러냈지만, 지난 1년간의 정책 행보를 보면 그런 적극성을 찾아보긴 어려웠다는 평가다.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책들도 진전이 미미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점에서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가상자산·블록체인 정책에 대해서는 'A-'로 평가했다. 학계 전문가인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겸 호서대 석좌교수,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박용범 단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가상자산 시장은 시한폭탄"…제도 보완 분주했지만 소득은 아직 미미
윤석열 정부가 공개한 국정과제 내용을 살펴보면 ▲업권법 제정 ▲가상자산공개(ICO) 여건 조성 ▲토큰증권 발행(STO) 허용 등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포함됐다. 다만 지난해 대형 사고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덮치면서, 정부는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정책보다는 종합적인 투자자 보호책을 우선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업권법 성격의 '가상자산기본법'도 그런 고민이 많이 반영됐다. 업권법은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발판 차원에서 가상자산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었다. 이에 국정과제로서도 반영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입법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나타나면서,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중심으로 입법 추진이 이뤄졌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지난 25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정무위는 일찍이 업권법 도입에 공감을 표했으나,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를 시작했다. 남은 입법 절차를 고려하면 본회의 통과까지 수 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도 있는 입법까지 2차, 3차 보완 개정을 계획 중인 상황에서 1차 입법조차도 다소 지연이 됐다.
법 추진에 대한 각계 공감대가 갖춰진 것은 과거에 비해 고무적이란 평가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지난 국회에서도 가상자산 법안이 10개 이상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폐기됐다"며 "최근 가상자산이 연루된 강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던 부분을 이제라도 보완하기 위해 속력을 내고 있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고 봤다.
지난 2017년 금지됐던 ICO를 재허용할 계획도 같은 이유로 정책 추진이 더딘 상태다. 테라·루나 사태뿐 아니라 FTX 파산 등 글로벌 단위의 대형 혼란이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내재된 투자자 위협 방지가 선결 과제로 부상했다. 금융 당국도 가상자산 발행사에 대해 갖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엔 국내 회사가 발행한 '김치코인'들을 둘러싼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국내 기업의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실종된 상태다. 업계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사건사고를 방지하려면 더욱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관리 체계에 대한 명확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든 분위기가 조성됐다.
STO의 경우 정부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발표되면서 업계가 기대감을 갖고 속속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진출 기업들마저도 공모 한도가 100억원으로 제한돼 있는 점 등을 들며 시장 활성화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정부는 차후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STO 제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뺀 산업 육성 비현실적...제도화돼야 사고도 미연에 방지
지난해 추진된 가상자산 관련 정책들을 돌아볼 때, 향후 가상자산 활용을 제도화하는 정책도 동반해야 전 산업 진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 활용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정책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형중 호서대 석좌교수는 토큰 경제 없이 '블록체인 활용'을 천명하며 개시된 사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IBM과 머스크 자회사인 GTD솔루션이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 무역 플랫폼 '트레이드렌즈'다. 해운 물류의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2018년 출범했지만, 올해 1분기 사업을 종료했다. 다른 사례는 월마트의 블록체인 기반 식료품 유통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다. 이 또한 의미 있는 소득을 거두지 못한 상태다.
김형중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등장한 가상자산 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ICO, IEO 없이 창의적인 가상자산 사업은 한국에서 등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석진 교수는 "국내에서 ICO가 금지돼 있어 해외에서 코인을 만들고, 우리나라 시장으로 유통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여기에 따르는 비용을 코인 수익으로 보전하기 위해 작전 세력을 동원해 가격을 높이거나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발행된 코인들은 거래소 상장만 기다리게 되는데, 만약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계자가 코인 발행 수익을 갖고 도주하는 '러그풀'을 하는 등 안전장치가 부재했다"며 "투자자 보호 정책을 두고 있는 거래소를 통한 코인 발행 제도를 마련하면 거래 질서를 확립하면서 기업도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범 단국대 교수는 "STO 정책의 경우 블록체인을 신기술로서 도입하는 시도로서 바람직하게 평가한다"면서도 "가상자산에 한해서가 아닌, 신기술로서 블록체인 접목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에 대한 전문적 의견이 정책에 더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용범 교수는 "기술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금융 영역의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에 대해 효과적인 진흥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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