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못 보는’ 산불감시카메라···경북에 6000만원짜리 152대
산불 조기 발견을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경북 산불감시카메라가 산불 발생을 먼저 인지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카메라에 열 감지 기능이 없는 등 사실상 ‘산불 확인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에는 152개의 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의 가격은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당 6000만원 정도다.
이 카메라는 산불취약지역에 설치돼 24시간 산불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3월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현장에도 이 카메라가 13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올해 산림청과 119로 접수된 산불 발생 신고 99%는 목격자 신고로 집계됐다. 감시카메라로 산불을 먼저 발견한 건수는 ‘0’건 이었다. 지난해에도 감시카메라가 산불을 최초 감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 초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감시카메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김대진 경북도의원은 “열 감지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전혀 없는 데다 산불 발생 시 관제센터 등과 자동교신이 되는 기능도 없어 사실상 ‘산불 확인용’ 카메라에 머물고 있다”며 “경북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큰 만큼 산불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의 산림 면적은 133만㏊로 경북 전체 면적의 71%를 차지한다. 지난해 경북지역 산불피해면적은 1만5201㏊로 전국 피해면적(2만2474㏊)의 67.6%에 달했다. 올해부터 지난 24일까지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48건에 이른다.
산불감지카메라를 설치해도 인력 부족 문제로 모니터링이 허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감시카메라 모니터링은 경북 23개 시·군 상황실에서 담당한다. 산불조심기간에 기간제 노동자나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해 산불 발생 상황을 지켜보는 식이다. 이마저도 24시간 감시 체제를 갖춘 곳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연기를 인식해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는 카메라 영상을 인공지능(AI)이 자체적으로 분석해 산불이나 산불로 인한 연기를 감지해 알람을 띄워주는 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산불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산불방지 및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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