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우울증 갤러리'만 폐쇄하면 정말 문제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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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마약 상습투약·매매알선자 131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 중에는 길게는 1~2년 이상 마약을 투약한 미성년자도 15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우울증 갤러리'의 한 10대 이용자가 극단 선택을 했다.
실제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중에는 경찰의 요청 이후 우울증 갤러리에서 글이 삭제되는 등 게시판 이용이 불편해지자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만들어 이동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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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경찰이 최근 마약 상습투약·매매알선자 131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 중에는 길게는 1~2년 이상 마약을 투약한 미성년자도 15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처음 마약을 접하게된 건 SNS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미성년자 마약'이라는 중대범죄의 통로가 됐으니 페이스북을 막아야할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우울증 갤러리'의 한 10대 이용자가 극단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울증 갤러리 자체에 책임을 물으며 차단하고 폐쇄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의 이용자 중 심리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었고, 또 다른 범죄도 발생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단순히 게시판을 폐쇄한다고 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게시판을 이용하던 심리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은 게시판을 없애면 오픈 채팅방이나 랜덤채팅, 트위터 등 '비슷한 다른 곳'으로 흩어질 뿐이다.
실제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중에는 경찰의 요청 이후 우울증 갤러리에서 글이 삭제되는 등 게시판 이용이 불편해지자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만들어 이동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풍선 효과'다.
이들은 게시판보다 더 은밀한 SNS에서 여전히 이성들과 다이렉트메시지(DM)로 교류하고 있다.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사진을 올려둔 한 10대 여학생은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고 과하면 차단도 하지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나 이야기들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히려 더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으로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1년 10대 우울증 진료 환자는 4년 전 대비 90% 이상 늘어난 5만7587명이었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 없이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 정신과를 터부시하는 풍토로 치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10대 청소년이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청소년 대상 범죄를 막겠다고 눈에 보이는 게시판을 폐쇄해버리면 일단 마음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결국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금이 간 건물에 페인트만 새로 칠하는 격이다. 청소년 정신건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고민할 때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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