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섞은 도라지물로 모녀 살해한 50대…法 "반성 없어, 무기징역"

법원, 정신과 약물 섞은 도라지물로 의식 잃게한 뒤 이웃 모녀 살해한 혐의 인정
경제적 궁핍 시달리다 귀금속 노리고 범행
지문 닦고 집에 불 지르는 등 증거 인멸 시도도
재판부 "책임 벗어날 궁리에만 열중…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의 한 빌라에서 모녀가 살해당한 이른바 '부산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인 50대 이웃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부산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이웃 주민 B(40대·여)씨와 C(10대·여)양 모녀에게 정신과 약물을 섞은 도라지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사건 당일 A씨는 자신이 처방받은 신경정신과 약물을 섞은 도라지물을 들고 B씨 집을 찾아갔다. A씨는 이 물을 집에 홀로 있던 아들 D군에게 "목에 좋다"며 건네 마시게 했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D군은 의식을 잃고 그대로 잠들었다.

이후 귀가한 딸 C양과 엄마 B씨에게도 도라지물을 마시게 했다. 물을 마신 C양은 친구에게 "해독 주스라고 해서 마셨는데 어지럽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통화에서도 어눌한 말투로 "어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물을 마시고 쓰러졌던 모녀가 깨어나자, A씨는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찌른 뒤 끈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또 C양을 둔기와 휴대전화 등으로 수차례 때린 뒤 호흡기를 막아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A씨는 B씨가 지니고 있던 시가 600만원 상당의 팔찌와 목걸이 등 귀금속을 노리고 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A씨는 가족에게서 빌린 돈을 갚으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건 11일 전 A씨는 다른 지인에게 도라지물을 건넸고, 이 물을 마신 지인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지인은 "이후 살펴보니 귀금속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범행 이후에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한 흔적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현장에서 발견된 맥주캔 등은 지문을 깨끗하게 닦은 흔적이 발견됐고, C양 방 이불에 불을 질러 사체가 훼손됐다. 또 범행 도구로 사용한 C양의 스마트폰을 50m 떨어진 하수구에 버리기도 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A씨 측은 피해자들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 생명을 2명이나 빼앗았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은 17세로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사회생활도 해보지 못한 채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약에 취한 피해자들이 깨어났을 때 거기서 멈춰야 했으나, 피고인은 살인 범행을 저지른 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지문을 지우고 휴대전화기를 버리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존한 아들을 범인인 듯 발언하고 증거를 무조건 부인하는 등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열중했다"며 "사회와 영원히 격리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을 지켜 본 피해자 유족은 법정 앞 복도에서 한참이나 오열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한 유족은 "아들까지 숨졌다면 자살로 묻힐 뻔 했다. 경찰과 검찰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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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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