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마약 동아태 국장 “한국, 국제 마약상에 군침 도는 시장됐다”
“한국의 마약 중독자가 24만명(정부 추정치)이나 된다는 것은 국제 마약 판매상들에게 한국이 매우 군침 도는 시장이 됐다는 뜻입니다.”
제러미 더글러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동남아·태평양 국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약 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수익성 좋은 시장이 됐으니, 동남아 마약이 자꾸 번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더글러스 국장은 20년 넘게 국제 마약 관련 업무를 해온 베테랑으로 2013년부터 UNODC 아·태 지역 국장을 맡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마약 통제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한국의 연간 마약류 사범은 2만명 안팎으로, 인구가 우리의 2.5배인 일본과 비슷할 정도로 마약이 퍼진 상태다. UNODC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메스암페타민 압류량은 2011년 23.5kg에서 2021년 620kg으로 26배 수준까지 뛰었다.
한국의 마약 중독자 증가는 동남아 마약 판매상·밀수꾼들을 자꾸 유혹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제 마약 당국은 미얀마의 마약 수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글러스 국장은 “재작년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군부가 마약을 통치 자금원으로 활용하느라) 마약 생산은 크게 늘고, 가격은 확 떨어졌다”면서 “마약상들은 싼값에 공급량이 넘치는 마약을 팔 곳을 찾아 혈안인데, 한국은 좋은 시장이 되고 있으니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는 “한국은 태국 등 동남아 각 국가와 무역으로 연계돼 있고, 수많은 한국인이 동남아로 관광을 떠나기 때문에 동남아 마약이 번지기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더글러스 국장은 한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비법으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국제 공조다. 그는 “국제 마약 범죄는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여러 나라가 연계됐기 때문에 한국 홀로 노력해 ‘마약 청정국’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한국 관세청은 이날 ‘코리아 커스텀즈 위크(K-Customs Week)’를 주관하고 아시아 마약 밀수 단속에 관한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는데, “꼭 필요한 필수적 조치였다”는 평가다.
둘째 “예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예방을 강화해 한국의 마약 시장이 더 커지는 걸 막아야 더 많은 마약 밀수가 한국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상은 정말 영리합니다. 아무리 정부가 막아도 나이트클럽에서, SNS와 메신저로 은밀하게 마약을 하라고 유혹하죠.” 그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마약은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마약은 ‘인생의 덫’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듭니다. 일단 마약을 접하는 것을 막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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