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 충격인데, 3월 반도체 생산 지표는 호조?… ‘기저·착시’ 2009년 데자뷰
3월 반도체 생산, 전월 比 35%↑… 14년여 만
“오래 누증된 감소세 따른 기저 및 착시 효과”
“경기지표 ‘부진’ 거듭… ‘상저하고’ 기대 비상”
삼성전자가 초유의 반도체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나타난 반도체 생산과 출하·재고 등 지표는 전월 대비 호조세를 띠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초와 유사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는 실제로 물건이 잘 팔려 생산을 늘린 결과가 아니다. 직전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연속해 겪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부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35.1% 크게 뛰었다. 이는 2009년 1월(36.6%) 이래 14년2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반도체 생산 증가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 역시 5.1% 늘어, 2020년 6월(6.5%)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 금융위기 때도 ‘삼성전자 1Q 적자-반도체 생산 月 증가’
언뜻 보면 암울했던 반도체 업황이 3월 들어 다시 활기를 띤 것 같지만, 좀 더 긴 시계열로 살펴보면 ‘착시’에 불과하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12월(2.2%)을 제외한 모든 달이 전월 대비 ‘마이너스’였다. 올해도 1월 -5.6%, 2월 -17.1%를 기록했다. 작년 3월과 비교하면 무려 26.8%나 줄었는데, 이는 8개월째 감소세다. 분기 단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대비 9.1% 감소했으며, 1년 전 1분기와 비교해도 33.8%나 줄었다.
반도체 등 제조업, 광업, 전기·가스업을 모두 아우르는 광공업 생산 역시 1분기 전체로는 전 분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광공업 생산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2022년 2분기 -2.3% ▲3분기 -2.4% ▲4분기 -6.4% ▲올해 1분기 -0.6% 등 4개 분기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비춰 봐도 현재 반도체 업황 부진의 타격은 극심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402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95.5% 급락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손실이 4조58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과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모두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와중 산업활동 속보 지표에서 반도체 생산이 호조세를 띤 것은 2009년에 초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2009년 1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36.6%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직전까지의 지표를 살펴보면 ▲2008년 10월 -11.9% ▲11월 -21.6% ▲12월 -18.1% 등 내림세가 매우 두드러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직전까지 누증된 감소 분에 다른 기저효과가 2009년과 2023년 모두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출하·재고 상황도 전월 대비로는 다소 개선됐다. 반도체 출하는 한달 전 대비 47.2% 증가했고, 재고는 4.7%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서는 출하가 18.3% 줄고, 재고는 43.4% 쌓이는 등 반대 양상을 보였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계약 일정 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으로 봐야 한다”며 “출하는 그 시기에 따라 월별 등락 폭이 큰 수치이므로, 여러 상황을 따져볼 때 반도체는 부진한 추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선행경기지표 5개월째 ‘뚝’… 앞으로 경기 ‘반도체’에 달렸다
정부는 앞으로도 생산·소비·투자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반도체가 ‘하방 리스크’이자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3월 산업활동동향 및 평가’ 보도자료를 통해 “생산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기회복세 약화 가능성과 반도체 등 주력 IT 품목의 수출 부진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반도체 감산에 따른 단기적 투자 조정과 건설경기 불확실성, 가계부채 부담 등이 향후 소비·투자 측면의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경기도 좀처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6포인트(P) 상승해 두달 연속 소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단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지표 자체는 추세 기준선(100)보다 아래인 99.9를 기록해 부진하다. 앞으로 반년 정도 앞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P 하락해 5개월째 악화일로다.
선행지수의 부정적 흐름을 볼 때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에 살아나는 것)일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현재 정부가 상저하고 전망의 동력으로 보고 있는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나 반도체·IT 산업 경기 상승 흐름은 선행지수에서 고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행 경기종합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는 재고순환지표, 경기심리지수, 기계류 내수 출하지수, 건설수주액, 수출입물가비율, 코스피, 장단기 금리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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