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없다고 방치? 담관낭 수술 미루다간 예후 최악 ‘담도암’ 될수도
4명 중 3명은 10세 미만에 발견·복부초음파로 쉽게 진단
담관암·담낭암 진행 위험 높아 발견 즉시 외과적 절제가 원칙
#초등학교 교사 5년차인 서경희(32·여)씨는 몇달 전 건강검진에서 간 주변에 낭성 종괴가 있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따금씩 오른쪽 윗배가 아파와 신경이 쓰였지만 조금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한창 분주한 시기라 병원 방문을 미루던 서씨는 새벽녘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심한 오한 증상으로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과 간효소 수치가 정상치보다 크게 올라 있었고, 황달 증상도 나타났다. 급성 담관염으로 진단되어 항생제 치료를 받은 서씨는 열이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힌 후 의료진의 권유로 컴퓨터 단층 촬영(CT)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담관낭이었다.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 중 담즙이 흘러 내려오는 길을 담관(담도)이라고 하는데, 이 부위가 늘어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지 못한 진단을 듣고 망설이던 서씨는 응급실에 실려갔던 날의 고통이 떠올라 즉각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서씨는 학기 중인 만큼 빠른 복귀를 위해 로봇수술로 담관에 생긴 낭종을 잘라내는 담관절제술과 담도를 재건하는 담관공장문합술을 함께 받았다. 수술 후 경과관찰까지 5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서씨는 즉각 학교로 복귀해 무리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담관낭은 간 안팎의 담관이 선천적 기형으로 늘어나 원 또는 타원 모양으로 확장되는 질환이다. 신생아 담도폐쇄증과 함께 담도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선천기형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만 1690명이 담낭, 담관 및 간의 선천 기형으로 진단을 받았다. 담관낭에 국한할 경우 2015년 환자 수가 2524명으로 2011년 1306명보다 16.7% 증가했다. 어디까지나 진단이 확정된 환자만 집계한 수치일 뿐,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약 60~75%의 환자는 10세 미만 소아 시기에 발견되지만, 증상이 없을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모른 채 지낸다. 담도결석 또는 췌장염이 발생했을 때 관련 검사 도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여성 환자 수가 남성보다 3~4배 가량 많은데, 성인들은 관련 증상이 발생해서라기 보단 건강검진에 포함된 복부초음파검사를 통해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태호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어렸을 때 고열, 상복부 통증, 황달 등의 증상을 겪거나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상승이 관찰돼 확진되는 환자들이 가장 많다"며 "담관염 의심 증상이나 특별한 이유없이 혈액검사에서 간 또는 황달 수치 상승 소견이 관찰되면 복부초음파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부학적으로 낭종이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비교적 쉬운 데다, 초음파검사의 경우 방사선 노출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가 없어 초기 진단법으로 매우 유용하다.
담관낭은 발견 즉시 외과적 절제를 시행하는 게 치료 원칙이다. 담관낭은 크게 △간 내부에 있는 담관만 확장되는 경우 △간 바깥의 담관이 확장되는 경우 △간 내부와 외부의 담관이 모두 확장되는 경우로 나뉜다. 담낭과 늘어난 담도 부위의 관계에 따라 수술 방법이 변형될 수는 있으나 담낭을 포함해 간 바깥의 담관낭을 완전 절제하고, 소장을 이용해 담도를 재건해 주는 담관공장문합술을 시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쓰인다. 늘어난 낭종을 완전히 제거하고 정상적인 담관을 소장과 이어주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홍 교수는 "과거에는 담관을 절제하는 대신 담도 우회로만 만들어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며 "방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담관낭이 남아있으면 담관암, 담낭암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근치적 절제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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