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킨 최연숙·기권한 신현영…간호법 소신투표 '왜'

의료단체 간 이해관계 엇갈리는 간호법 제정안
與김예지·최연숙 찬성…野신현영·이원욱 기권
의사·간호사 출신 정체성이 표결에 영향 미쳐

[이데일리 이유림 이상원 기자]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당의 방침과 다른 ‘소신투표’를 해 눈길을 끌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간호법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27일)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의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재석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 등을 기존 의료법에서 분리하고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의료 직군에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정부는 의료단체를 만나 ‘간호법’의 명칭을 변경하고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처리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는데, 유일하게 김예지·최연숙 의원만이 끝까지 자리를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간호사 출신인 최 의원은 법안 표결을 앞두고 찬성 토론에 나서며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의원은 “저는 38년간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께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자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사의 의료행위를 침해할 것이라고 하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의해서만 개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노인과 장애인 등 국민의 존엄한 생명을 돌보기 위한 약자를 위한 법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생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여러 차례 울먹였고, 토론이 끝난 뒤엔 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김 의원은 어머니가 간호사인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호법 제정안은)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돌봄 서비스에 맞는 법을 정비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의료 단체 간의 분쟁이 있다고 해서 옳은 일을 미루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이 이전부터 간호법 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당의 방침과 다른 표결이 나왔다. 신현영 의원과 3선 중진의 이원욱 의원이 기권 투표를 한 것이다.

신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서 간호법 제정안에 찬성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제정에 맞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다른 직역 단체들과 연대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원욱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사회’ 문구 등을 놓고 갈등이 심한데 그냥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게 맞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조금 더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