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보다 잘 맡는 ‘쥐코’…최고의 후각 지닌 포유류, 아구티
240종 게놈 해독해 분석하니 아구티가 최고
유전자는 아프리카사바나코끼리가 가장 많아
무게가 2g에 불과한 땅벌 박쥐에서 최대 100톤이 넘는 거대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는 6000종이 넘는 포유류가 살고 있다. 중생대 공룡시대에 등장해 1억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무쌍하게 변화해 온 지구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과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이들 포유류의 게놈(유전체)을 비교 분석해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려는 ‘주노미아’(Zoonomi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노미아’는 진화론의 개척자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의 저서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 세계 50여개 기관의 과학자 150여명이 240종의 포유류 게놈을 완전히 해독해 비교 분석한 결과를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1개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에 전체 게놈을 알아낸 240종은 포유류 전체의 4%에 해당하지만 상위분류체계인 ‘과’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분석 결과 유전자가 가장 많은 종은 아프리카사바나코끼로 4199개였다. 이어 아홉띠아르마딜로와 두발가락나무늘보, 중앙아메리카아구티가 2~4위를 차지했다.
“아구티에 비하면 개는 특별하지 않아”
이 가운데 특히 설치류의 일종인 아구티는 포유류 중에서 최고의 후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젝트 공동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브로드연구소의 엘리노어 칼슨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아구티가 최고의 후각을 갖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구티에 비하면 개의 후각은 매우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얼마나 생물 다양성을 모르는지 깨우쳐 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구티는 몸 전체가 거친 털로 덮여 있으며 몸무게는 3~6kg, 몸길이는 40~70cm다.
반면 고래는 매우 적은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또다른 책임자인 커스틴 린드블라드-토 웁살라대 교수는 “이는 고래가 육상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는걸 뜻한다”고 말했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많은 종일수록 후각을 돕는 비강의 뼈 구조인 후각비갑개가 더 많은 경향이 있었다.
썰매견 발토의 질주 능력은 어디서 왔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디즈니 영화 <토고>에도 등장해 잘 알려진, 미국의 시베리안 허스키 썰매견 ‘발토’의 유전자 분석이다.
발토는 미국 정부가 1925년 2월 디프테리아가 창궐하던 알래스카 놈이라는 지역에 썰매견을 이용해 약품을 긴급 전달할 때 마지막 구간을 달렸던 개다. 많은 이의 목숨을 살린 발토가 죽자 사람들은 박제로 만들어 클리블랜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했다.
연구진은 발토의 박제에서 일부 조직을 떼내 다른 개와 비교했다. 그 결과 발토는 현대의 순종 개보다 유전적 변이가 더 많았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운 변이는 적었다. 이는 발토가 유전적으로 더 건강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은 일반적으로 썰매견이 신체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잡종 교배를 거듭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토는 또 늑대에서는 없고 현대의 순종 개에서도 드물거나 사라진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런 변이의 다수가 조직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있는 것으로 보아, 피부 두께와 관절 형성 등 썰매견에게 중요한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포유류 종 다양성을 촉발한 두번의 계기
현대의 다양한 포유류 종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연구진은 241개의 포유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 1억8천만년 전에 등장한 포유류의 종 다양성은 크게 2단계로 나눠 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작은 1억200만년 전이었다. 대륙이 분리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지구 환경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종의 다양성을 촉발시켜다. 새로워진 환경은 서로 다른 육지에 살게 된 현대 포유류의 조상들을 고립시켰다.
그러다 6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면서 포유류의 종 다양성은 더욱 폭발했다. 지구 최대의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각자 도생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린 것이다.
유전적 변이로 멸종 위험도까지 판별
동물 게놈 비교는 동물의 멸종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멸종 위기포유류는 일반적으로 각 부모로부터 하나씩, 두개의 유전자 사본을 물려받는다. 따라서 두 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면 그 개체가 속한 집단의 크기가 얼마인지, 근친교배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의 애린 와일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주노미아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서로 다른 종의 개체군 크기를 추정했다. 그 결과 개체수가 적었던 종은 잠재적으로 해로운 유전적 돌연변이가 더 많았다. 또 오늘날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정한 멸종위기종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특히 연맹이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멸종 위험 판단을 유보한 범고래, 상갈릴리산맥장님두더지쥐, 자바쥐사슴 등 세종의 게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범고래의 멸종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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