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음료로 모녀 살해한 이웃…"나도 똑같이 당할 뻔" 지인 증언

재판부 "범행 수법 너무 잔인"…'무기징역' 선고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 한 빌라에서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웃 주민 50대 여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8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는 이날 오전 살인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낮 12시 50분쯤 부산진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 B씨와 그의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이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의 약물을 도라지청에 섞어 이웃 주민인 B씨와 그의 딸 등에게 마시게 한 뒤 금품을 훔치다가 이들이 깨어나자 둔기 등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을 읽지 못하는 등 직업을 갖기 어려워 달리 수익이 없는 가운데 병원비, 월세, 생활비 등 지출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시 경찰은 A씨가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피해자들의 신체에서 발견된 점과 피해자의 집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점을 들어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법정에서 A씨는 자신이 B씨 가족에 도라지청을 섞은 물을 준 적이 없으며, 살해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모든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A씨의 집 절 구봉에서 A씨가 복용하던 약 성분이 나온 점과 2018년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 지인의 증언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지난 2월 열린 증인신문에서 B씨의 아들 C(15)군은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도 A씨에게 건네받은 도라지 물을 마신 후 약 15시간 동안 잠들었고 잠에서 깬 후 거실로 나와보니 이미 어머니 B씨와 누나가 숨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인하다"며 "약물에 취한 피해자들이 깨어났으면 거기에서 (범행을) 멈추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그런데도 살인 범행을 저질렀고 태연히 자신의 지문을 지워 증거를 인멸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하수구에 버리는 등 범행 준비 때부터 종료 후까지 치밀함을 보였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생존한 피해자 아들이 범인인 듯 발언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고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몰두했다"며 "다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A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B씨의 가족들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재판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