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을버스 1시간 기다려도 안 오는 이유 있었다

안정훈/장강호 2023. 4. 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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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서울 우면동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을 오기는 마을버스 서초18-1. 20석에 불과한 버스 내부는 승객 47명이 빽빽히 들어차자 숨이 턱턱 막혔다.

이날 구로구 온수공영차고지엔 마을버스 업체 차량 38대 중 11대가 운행을 나가지 못한 채 주차 돼 있었다.

 마을버스 요금은 900원으로 2015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시가 마을버스 일일 재정 한도를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렸지만 마을버스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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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누적에 3분의 1은 차고지서 쉬어

“지옥철보다 더 합니다. 오늘도 제때 내리지 못했네요"

28일 오전 8시 서울 우면동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을 오기는 마을버스 서초18-1. 20석에 불과한 버스 내부는 승객 47명이 빽빽히 들어차자 숨이 턱턱 막혔다. 손님이 내리지도 않은 채 버스가 출발하고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중학생 A군은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않고 사람이 많아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푸념했다.

 ○버스 3분의 1은 놀아 

대중교통의 실핏줄인 마을버스가 사라지고 있다. 버스 업계에선 최근 서울 지역의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평균 두 배 정도 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노선도 여럿있다. 버스 회사들이 수십억 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버스 운행을 줄인 것이다. 낮은 처우 탓에 기사들은 택배와 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떠나면서 버스를 운행할 인력마저 부족하다.

이날 구로구 온수공영차고지엔 마을버스 업체 차량 38대 중 11대가 운행을 나가지 못한 채 주차 돼 있었다. 오봉운수의 한 임원은 “주차된 차량을 다 돌리면 수십억 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수도 있다”며 “젊은 기사들이 퇴사하는 바람에 70대 이상 고령 운전자가 대부분이라 운전할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장지동 송파공영차고지에서도 기사 일정을 조율하는 배차표 32칸 중 18칸만 차 있어 버스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버스가 줄자 배차 간격도 늘고 있다. 지난달 서초구청엔 ‘남부터미널에서 한시간을 기다려도 마을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남부터미널을 거쳐 예술의전당까지 3.3km를 도는 노선은 서초 22번이다. 해당 노선을 운영 중인 임종현 스마일교통 대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22번 버스기사가 7명에서 1명으로 급감했다. 전체 버스 3대중 2대가 운행할 수 없게 되면서 승객이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것이다. 배차시간도 7분에서 26분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인건비와 유류비, 수리비 등 안오른 비용이 없는데 요금은 수년째 동결이라 수지타산이 도저히 나오질 않는다"며 “기사들도 다 떠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업체 2곳 매각

적자 폭이 커지면서 매물로 나온 회사들도 많다. 지난달에만 마을버스 업체 2곳이 매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금열 새롬교통 전 대표는 버스 10대를 20여억 원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10억에 회사를 넘겼다.  회사 누적 적자만 12억원에 달하자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고 전 대표는 “대출 이자만 연 4000만원에 달해 버틸 수 없었다”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강남 지역 마을버스 노선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Y운수사 대표 김모씨도 지난달 S운수사를 인수했다. S운수사는 매년 2억4000만원 적자를 보는 상태로 기사들 월급도 수개월째 미납된 상황이었다. 

마을버스 회사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900원으로 2015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유류비와 인건비 등 비용은 매년 큰폭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재정지원금을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운송원가도 4년째 45만7040원으로 고정이다. 시는 버스 한대당 하루 수입이 운송원가보다 적을 때 차액만큼 재정을 지원해주고 있다.

시가 마을버스 일일 재정 한도를 21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렸지만 마을버스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버스 운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원가는 그대로니 적자는 당연한 결과”라며 “운송원가를 현실화해만 마을버스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장강호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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