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녀 살인’ 이웃집 50대女, 무기징역…“매우 잔혹”

재판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피고인, 끝까지 범행 부인…눈물 보이며 항변

(시사저널=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지난해 추석 연휴 한 빌라에서 이웃집 모녀에게 신경정신과 약이 담긴 도라지물을 마시게 한 뒤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12일 낮 12시49분께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 B씨와 10대 딸 C양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경정신과 약을 도라지청에 넣고 모녀 2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숨진 B씨의 딸 C양은 꽃다운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약물에 취했다가 깨어나는 듯해도 거기에서 멈추는 게 사람의 도리"라며 "피고인은 반성은 하지 않고,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B씨는 피를 흘린 채 거실에 있었고, C양은 자신의 방에서 시신 일부가 불에 탄 채 발견됐다.

다른 방에서 잠을 자다 깬 10대 아들 D군이 이 같은 상황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D군은 당시 A씨가 건넨 '도라지물'을 마시고 15시간이나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머니와 누나가 모두 살해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C양의 친구도 당시 '몸에 좋은 주스라 해서 먹었는데 너무 어지럽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A씨가 평소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면서 '어디가서 도둑질을 하든지,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마련해야지'라고 말한 통화 녹음 등의 증거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밖에 피해자들의 몸에서 A씨가 처방받았던 약물이 검출된 점과 범행 전후 CCTV 등 주거지 주변 동선 등 증거를 토대로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가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와 귀금속을 훔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달 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