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최악 적자에도 1조 2000억 R&D 투자...“5년 뒤 글로벌 백신기업 목표”
세포 유전자 중심 CDMO 신규 투자
“3년 후 턴어라운드 할 것”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1분기(1~3월) 292억원의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향후 5년 동안 2조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연구개발(R&D)투자에만 1조 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번 실적은 지난 2019년 SK케미칼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최악으로 꼽힌다. 위기를 과감한 투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 백신에 있어서는 글로벌 최강자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R&D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설비, M&A(인수합병)에도 같은 규모를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R&D에는 ▲차세대 폐렴구균 ▲인유두종바이러스(HPV-10) ▲재조합 대상포진 ▲범용 코로나(Pan-sabeco, 판사베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설비 투자로는 인천 송도 연구센터에 3000억원, 안동 L하우스(공장) 증설에 2000억원씩 쓰고, 나머지 7000억원은 M&A에 사용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오는 2027년 프리미엄 백신인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과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출시하고,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관련 해외 기업 및 시설 인수에 나선다. 또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가운데 연내 2곳 이상에 백신 공장을 짓는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전날(27일)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91억8900만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4% 줄어든 205억9700만원였다. 실적악화는 어느정도 예상됐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CMO)물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생산하기 위해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면서 백신 판매가 기대처럼 뒤따르지 않았다. 글로벌 자금시장도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2조원이 넘는 투자카드를 꺼낸 것이다.
안재용 사장은 “투자를 줄여 그만 그만한 흑자를 낼 것인가, 적자를 감내한 과감한 투자로 더 큰 성과를 내느냐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3년 정도는 적자가 계속되겠지만, 그 이후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가 가능할 것이고, 2033년까지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장 올해 연말까지 M&A 1건을 성사시킬 계획이다. 안 사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관련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자본시장 상황 악화로 유망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임상이 2~3년 지연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지금 이야말로 혁신 기술을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행정부가 다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대비해 추진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넥스트젠(Next Gen)’프로젝트에도 초청받았다. 안 사장은 “다음 팬데믹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유정란을 원료로 쓰는 기존의 독감 백신은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에서는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포 배양 백신 기술을 가진 SK바이오사이언스에 기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정란으로 백신을 생산하려면 1회 접종분에 달걀 1개가 필요한데,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할 때는 달걀 생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으로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이 거론되지만, 이 기술로 안전하고 효과 있는 독감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므로 세포배양 기술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판단이다.
안 사장은 ‘백신 허브’의 개념 설명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안 사장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에 백신 공장을 하나 건설하는 데 3000억~4000억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현금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해당 국가 정부가 대주주인 조인트벤처에서 우리는 백신 기술 가치를 지분으로 인정받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이코비원 2가 백신은 코로나 백신이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는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추진한다. 안 사장은 “코로나 백신도 접종이 정례화되면, ‘개발 속도’보다는 안전성과 면역지속성, 가격적정성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지금은 mRNA에 쏠려있지만, 항원합성 방식 백신의 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3600억원 규모의 현금을 갖고 있다. 안 사장은 “자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외부 투자와 인수 금융을 통하면 약 3조원 정도의 자금 조달 여력이 있다”며 “사회적 책임감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성공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