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백현진 "내가 보고싶은 영화 골랐다"
배우·음악가·미술가 다방면 활동…말하듯 자연스러운 연기 추구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극장에 어떤 분들이 올지 모르니 재미있겠다 싶은 걸로 골랐어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나선 배우 겸 음악가 겸 미술가인 백현진은 28일 전주 베스트웨스턴플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품 선정의 배경을 심플하게 털어놨다.
J 스페셜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을 프로그래머가 선정하고, 그가 직접 고른 영화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섹션이다.
지난해 배우 류현경에 이어 J 스페셜 두 번째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백현진의 '픽'은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3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자유의 환영'(1974),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다.
자신이 출연한 '경주'(2014)와 '뽀삐'(2002), 그리고 연출작인 '디 엔드'(2009)와 '영원한 농담'(1977)도 소개한다.
그는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제안받고 별생각 없이 딴청을 하고 있었는데, 테트리스 조각이 맞아 떨어지듯 생각이 떠올랐다"며 "루이스 누뷰엘 감독의 영화를 원체 재미있게 봤기도 했고 이 중 몇 편은 극장에서 제대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독립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기억할 만한 김지현 감독의 뽀삐는 내 첫 주연작"이라며 "디 엔드나 영원한 농담은 '마음먹고 찍은 영화'라 소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별 고민 없이 말을 툭툭 내던지며 '연기자 플렉스'를 보인 백현진은 '경쟁'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 선정 스타일을 묻자 "꼼꼼히 분석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선택한다"며 "재미있게 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출연 제의를 하면 전화로도 'OK'를 하는데, 이 경우가 아니라면 감독과 미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보고 바로 결정한다. 대체로 직관적인 편"이라고 웃음 지었다.
이어 "그간 배우로서 단 한 번도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며 "홍익대 조소과를 다니다가 퇴학당했는데, 학과 내 경쟁이 신물이 나서 못 다니겠더라. 모든 경쟁 구도를 피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으로, '깔끔하게 살다가 죽어야지' 이런 생각만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30대 중반부터 15년 동안 운이 좋게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며 "좀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뭘 안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백 배우는 '그것만이 내 세상', '모범택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경관의 피' 등 유명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을뿐더러 '방백'과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로 꾸준히 음악 활동도 하는 중이다.
또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개인전 '말보다', '백현진 : 퍼블릭 은신(隱身)'을 개최한 미술가이기도 하다.
한 우물만 파도 모자라는 시대에 'N잡러'로서의 삶은 불안하다는 말에도 일정 부분 공감했다.
백 배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청년 예술가로 늘 불안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3년간 일하면서 한 달에 40만원을 받았다. 얼마나 불안했겠냐"라면서도 "운전도, 골프도,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안하고 재산은 없고 전월세 살지만 특별한 부양가족이 없어서 그냥 잘 먹고 산다. 뭐 그렇다"고 특유의 위트를 선보였다.
여러 일을 함께하다가 배우로서 정체성을 인지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힌 백 배우는 '연기 같은 연기'를 싫어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여러 작품이 들어와서 했는데, 일을 이렇게 하는데 배우가 아니고 뭐겠냐는 생각에 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너무 싫어한다. 말하듯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또 해당 지역의 분들을 속일 자신이 없어서 사투리 연기는 하지 않고 서울말만 쓴다"고 연기 철학을 털어놨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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