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가스공사 ‘손절’한 이유?
“미얀마 국영기업과 협력
군부에 수입원 제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미얀마 군부와 협력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국영 석유회사인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회사(MOGE)의 쉐 가스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부펀드 운용기관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처(NBIM)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쟁 또는 분쟁 상황에서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해 한국가스공사와 인도 국영가스회사 게일(GAIL)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배경에는 미얀마 군부 산하 기관과의 사업 협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NBIM 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설립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며 전 세계 상장 주식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가스공사 주식 550만달러(약 73억8000만원)어치를 갖고 있는데 이는 한국가스공사 전체 주식의 0.21%에 해당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게일 주식은 7020만달러(약 942억원) 규모로, 게일 전체 주식의 0.92%에 해당한다.
앞서 NBIM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29일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군부는 민간인에 대한 심각한 학대를 강화해 왔다”면서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에서의 활동을 통해 군부에게 군사 작전과 인권 침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입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미얀마 군부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려면 군부의 자금줄인 MOGE와 거래를 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미얀마 외화 수입의 절반 가량이 천연가스 관련 수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과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런은 지난해 1월 미얀마 내 인권상황을 비판하며 미얀마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인권상황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발표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른다.
지난 11일에는 군부가 미얀마 사가잉주 깐발루구에서 열린 임시정부 사무소 개소식장을 전투기와 헬기로 공격해 10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도 발생했다. 사망자의 절반은 어린이와 여성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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