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세 24조 덜 걷혀 ‘나라곳간 비상’···“법인세 마이너스 7조”
올들어 3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침체에 지난해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혔던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 된 경기둔화로 법인세 수입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세수 결손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기획재정부가 28일 내놓은 3월 국세수입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3월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 감소했다. 이는 3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3월 21.7%다. 이는 지난해 3월의 28.1%는 물론이고, 최근 5년 평균 3월 진도율 26.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이란 올해 예상한 총국세수입 대비 실제 납부된 세수입 비율을 말한다. 3월 기준 명목수치로 따져보면 정부가 관련 수치를 보유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연결납세 등 제도 변화를 고려할 경우 올해는 2005년(22.7%)과 유사한 수준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줄어든 수입은 소득세다. 부동산 거래 감소와 종합소득세 기저효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소득세가 3월까지 7조1000억원 감소했다.
1월 주택 매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8.2% 감소했고, 순수토지매매량도 43.7% 줄어 양도소득세 급감의 배경이 됐다. 종합소득세가 줄어든 것은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중간예납이 납기연장된 여파가 컸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화된 경기둔화 및 수출부진으로 법인세도 6조8000억원 덜 걷혔다. 법인세가 주로 들어오는 3월 한 달만 보면 지난해 3월보다 6조1000억원이 줄었다.
통상 기업들은 법인세를 매년 8월에 중간예납제도를 통해 납부하고, 이듬해 3월 나머지를 낸다. 지난 3월 법인세 수입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둔화의 영향이 반영된 것인데, 1분기 삼성전자 실적 등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중간예납도 많이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는 올해 예산에서 법인세수를 105조로 예상했는데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예산 편성 당시보다 경기가 더 빨리 둔화하기 시작했고,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성장세가 크게 꺾여 법인세를 105조까지 걷기는 힘들 것”이라며 “법인세의 경우 (세수 결손이) 확실할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3월까지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은 24조원이 아닌 14조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로 인해 세정 지원 차원에서 이연해 받았던 세수가 있었던 기저효과 9조7000억원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하반기 납부유예로 당시 들어왔어야 할 세금이 2022년 1~2월에 들어왔고, 이 때문에 올해 세수가 더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의 세수 부족 상황이 일정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올해 세수 전망을 재추계하기로 했다. 다만 내부 의사 결정 및 재정 운용을 위한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 총괄정책관은 “전체적으로 재정 수입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재추계를 하는데 지금 상황이 상당히 녹록치 않으니 당연히 재추계를 할 계획”이라며 “조기 경보 요건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세입 전망과 관련해서는 “기저효과는 이제 끝났고 4월과 5월까지는 법인세 분납 효과로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르면 5월부터 세수가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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