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父 시신 냉장고에 유기한 20대 아들 징역 9년

대전지법. 대전일보DB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학대해 숨지게 한 뒤 냉장고에 유기한 아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내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송석봉 부장판사)는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26)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4개월 간 치매와 당뇨를 앓던 아버지 B(60) 씨의 뺨과 가슴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하고, 지난해 3월에는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하자 약이나 음식을 먹이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 씨의 하반신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힌 뒤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가 숨지자 부패할 것을 우려한 A 씨는 시신을 냉장고에 유기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건물 관리인에 의해 한 달 만에 발견됐다.

부검 결과 B 씨의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속적인 폭행 등 외부 충격에 따른 골절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기아 상태에 이르게 하고 학대해 숨지게 했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아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홀로 간호해온 점,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