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라미란·‘속물 검사’ 이도현의 ‘하늘보기’ 재활 궁금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4. 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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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극본 배세영, 연출 심나연)는 진영순 역 라미란의 돼지에 관한 독백으로 시작됐다.

본래 깨끗한 동물 돼지는 사람들이 좁은 우리에 가둬놓아서 더럽고 난폭해졌다거나, 돼지는 (목뼈의 구조상) 고개를 들 수 없어서 평생 땅만 본다거나, 그런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는 돼지가 넘어지는 거라며, 넘어져봐야 돼지도 사람도 이제까지 볼 수 없는 또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둥.

2회까지 방영분에서 이 독백은 드라마 줄거리를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이 됨을 알 수 있다.

진영순의 남편 최해식(조진웅 분)은 대를 이어 돼지농장을 운영했다. 영순이 강호를 임신한 어느 겨울, 때마침 열리는 88올림픽 성화봉송로가 농장주변을 지나는 것으로 확정되고 최해식은 농장 철거 명령서를 들고 나타난 용라건설 이사 송우벽(최무성 분)과 만난다.

해식을 설득할 수 없음을 눈치챈 송우벽은 어느 밤 해식의 농장에 불을 지르고 해식은 송우벽의 방화와 증인협박 물증을 들고 검사 오태수(정웅인 분)를 방문, 기자회견까지 할 작정임을 밝힌다. 이미 송우벽과 짬짜미인 오태수는 그 사실을 송우벽에게 알리고 귀가길의 해식은 송우벽 손에 자살당한다.

진영순은 남편의 허무한 죽음이 전부 못배우고 힘이 없어서라 단정짓고 유복자로 태어난 최강호(이도현 분)에겐 그런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어려서부터 강호를 공부에 내몬다. 그 탓에 강호는 소풍 한번 가본 적 없이, 식곤증을 이유로 밥 한번 원없이 먹어보지 못한 채 성장한다.

최강호가 엄마 진영순과 심리적으로 결별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첫 수능 시험일에 벌어졌다. 응원 온 이미주(안은진 분)가 오토바이에 치여 다쳤다. 미주는 한 날, 한 시, 한 곳에서 태어나 친남매처럼 성장했고 서로가 연정을 품은 첫사랑이었다. 무엇보다 진영순에 통제되고 강제된 강호의 삶에 유일하게 웃음을 선사해준 귀한 존재였다. 강호는 볼 것 없이 수능을 포기하고 미주를 병원으로 옮겼다.

그 밤 강호를 마주한 진영순은 “니가 왜 다른 사람 때문에 니 인생을 망쳐!”라 다그쳤고 강호는 폭발하고 만다. “내 인생이 어딨어요? 그거 엄마 인생이잖아요. 아빠가 억울해서 죽은 게 그게 내 탓예요?”라 항변하지만 진영순은 완강하게 진압한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 탓이냐고? 니 아빠가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그것 좀 가르쳐 달라고. 지긋지긋해? 판검사 돼. 그래야 너 벗어나. 그래야 저 돼지 똥냄새, 이 나쁜 엄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강호는 마음을 접었다. “엄마는 나를, 아빠를 죽인 거나 다름없는 놈들처럼, 그런 속물로 키우고 싶었던 거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강호는 속물검사로 성장했다. 아버지의 원수인 우벽건설 송우벽 회장의 스폰서 검사로 둥지를 틀었고, 고검장 출신으로 이제는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 오태수의 딸 오하영(홍비라 분)의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오태수로선 어쩐지 강호가 께름찍하다. 오태수가 하다못해 목숨까지 위협하며 교제를 반대하자, 강호는 오태수의 혼외자 카드를 손에 쥐고 송우벽과 딜에 나선다. 차기 대권 주자를 사돈으로 엮고 싶은 송우벽은 최강호를 양자로 받아들이기로 동의하고 오태수를 은근히 협박, 최강호와 오하영의 혼인을 추진한다.

진영순으로부터 입양동의서를 받기 위해 고향을 찾은 최강호는 “어머니가 바라던 게 이거 아니었어요?”라며 진영순을 압박, 동의를 받아낸다. 이후 낳아준 엄마와의 결별이란 심리적 압박감에 지쳐 오하영에게 귀경길 운전대를 맡기고 잠이 든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간 스카프를 줍기 위해 오하영이 갓길에 주차한 후 자리를 비운 사이 달려든 덤프트럭에 치어 차째로 벼랑을 구른다.

인트로에서 진영순은 말했다. “본래 깨끗한 동물 돼지는 사람들이 좁은 우리에 가둬놓아서 더럽고 난폭해졌다”고. 깨끗했던 최강호의 영혼은 나쁜 엄마 진영순의 우리에 갇혀 더럽고 난폭하게 성장했다.

진영순은 또 말했다. “평생 땅만 보는 돼지가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을 때는 넘어졌을 때 뿐”이라고. 최강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넘어졌다. 그래서 이제 그는 마침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놉시스상 그 사고로 최강호는 다시 아이가 된다는 설정이다. 다시 아이가 돼 바라보는 최강호의 세상에는 땅뿐만 아니라 하늘도 푸르게 펼쳐질 모양이다. 역시 나쁜 엄마 진영순에게도 좋은 엄마가 될 새로운 시작점이 될 모양이다. 두 모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볼 기회를 맞은 셈이다.

한편 속물검사 최강호가 접근한 송우벽과 오태수는 모두 아버지의 원수다. 의도적임이 보인다. 비록 엄마 진영순에게 입양동의서 도장은 받았지만, 아버지의 복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영순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아버지 죽음의 이유를 털어내지 않는 한, 나쁜 엄마 진영순과의 천륜을 끊어낼 수는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최강호가 어떤 계획을 세웠든 불의의 사고가 만사휴의로 만들었다. 작가는 괴물을 잡기 위해 최강호가 괴물이 되는 전개에는 반대하는 모양이다. 최강호를 다시 아이로 되돌려서 어긋난 진영순과의 모자 관계부터 회복시킬 작정인 듯 하다. 복수는 그 다음 문제다.

최강호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당연히 최강호가 송우벽·오태수의 사주를 받아 바다에 빠트린 차 속에 오태수의 내연녀와 아기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코믹하고 인간적인 군상들이 즐비한 충청도 촌동네 조우리에서 송우벽과 오태수의 감시 속에 앞으로 진행될 진영순과 최강호의 재활이 어떤 양태로 전개될 지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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