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날고, SM 품고, 메타버스 키우고…카카오엔터, K-팝 판 흔든다

2023. 4. 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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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약세였던 카카오엔터의 반전
아이브 날고, 아이유ㆍ몬스타엑스 활약
음악 부문 매출 전년 대비 두 배 상승
 
아이브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컴백 7일 만에 앨범 110만 장을 팔아치운 ‘4세대 K-팝 대세’ 아이브, 명실상부 ‘음원 퀸’ 아이유는 물론 세계 무대를 뒤흔든 엑소, NCT까지…. ‘판’이 커졌다. K-팝 업계에서 ‘약세’로 평가받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탄탄한 아티스트 IP(지식 재산권)를 품은 카카오 엔터가 K-팝 시장을 서서히 흔들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반격은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국내 1위 음원 플랫폼 멜론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엔터는 최근 몇 해 사이 레이블 확장과 글로벌 시장 개발, 음원 유통 등을 통해 착실히 음악 사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성장률이 놀랍다.

카카오엔터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 뮤직 부분은 매출 8936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엔터의 총 매출은 웹툰 등 스토리 부문(5589억원), 동영상 등 미디어 부문(4123억원)을 포함해 1조 8648억원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멜론은 물론 음원유통사업과 아티스트 레이블 사업 모두 전년대비 성장했다“며 “특히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 음원 유통사업의 글로벌 성장에 따라 글로벌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4세대 주역 아이브·‘K팝 퀸’ 아이유…SM은 천군만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음악 레이블에는 아이브가 소속된 스타쉽을 비롯해 IST(에이핑크, 더보이즈), 안테나(유재석 유희열), 이담(아이유)이 있다. 이들 레이블은 지난 한 해 존재감이 더욱 강력해졌다. 산하 레이블을 통해 올린 매출은 2299억원. 전년 매출인 1159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음악 부문 전체 매출의 약 26%를 차지한다.

음악 부문 매출 상승을 견인한 원동력은 글로벌 매출의 성장이다. 2021년 매출액 909억원에서 약 56% 증가, 2022년 1419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 소속 K-팝 가수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한 해 카카오엔터 음악 부문 성장을 이끈 ‘키 플레이어’는 스타쉽이다. 스타쉽은 데뷔 2년차에 접어든 아이브와 글로벌 팬덤을 갖춘 몬스타엑스를 통해 두 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스타쉽은 2021년 760억에서 2022년 1408억으로 매출이 뛰었다.

몬스타엑스는 엔데믹과 함께 미주 투어를 비롯한 글로벌 활동을 재개했다. 아이브는 등장과 동시에 신드롬이었다. 2021년 12월 데뷔해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휩쓸며 새로운 ‘초통령’으로 떠오른 아이브는 ‘일레븐(ELEVEN)’,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 단 3장의 싱글앨범으로 누적 판매량 3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10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의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110만 2107장을 달성했다.

몬스타엑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담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아이유는 지난해 데뷔 14주년을 맞아 국내 여자 솔로가수 최초로 잠실주경기장에 입성, 이틀간 약 8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티켓팅 당시 장장 18시간 대기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영화 ‘브로커’로 칸에 입성했고, 최근 개봉한 ‘드림’으로 활약 중이다. 이담에선 2021년엔 배우 신세경, 2022년엔 가수 우즈를 영입해 매니지먼트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안테나는 페퍼톤스 권진아 정승환 적재 등 실력파 뮤지션을 중심으로 유재석 미주 이효리까지 영입, 음악은 물론 미디어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플레이엠-크래커 합병으로 출범한 IST엔터는 장수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주축으로, 카카오엔터와 일본 소니뮤직솔루션즈가 공동투자해 기획, 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해 보이그룹 ATBO를 내놨다.

기존 레이블을 통해 구축한 음악 사업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M은 카카오엔터의 천군만마다. 지난해 85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중 해외 매출은 전체의 25% 정도인 2145억원이다. SM과 카카오 엔터는 향후 “글로벌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을 위한 합작 법인 추진, 소속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과 활동의 전방위 통합 지원”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론·음원 유통·북미 시장 진출까지

카카오엔터 음악 부문 사업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유통’이다.

국내 음악 플랫폼 업계의 절대강자였던 멜론은 유튜브 뮤직의 등장으로 이용자수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멜론은 지난 3월 안드로이드와 iOS 합산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총 678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음원 플랫폼 1위다. 멜론이 위탁 운영 중인 삼성 뮤직의 MAU(435만명)까지 합치면 1100만명이다. 그러나 유튜브 뮤직이 529만명으로 매달 조금씩 상승, 2위에 올라있다. 다만 SM의 인수는 멜론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속 가수들의 공연 티켓 유통이나 콘텐츠 개발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음원 유통에서도 카카오엔터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카카오 엔터는 연간차트 톱400에 올라온 가수들의 음원 기준, 전체의 35.7%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산하 레이블 가수인 아이브를 비롯해 (여자)아이들, 멜로망스, 윤하, 스테이씨 등 다수의 가수들이 카카오 엔터를 통해 음원을 유통하고 있다. 카카오는 “유튜브, 스포티파이와 같은 글로벌 음원 유통 플랫폼은 물론, 해외 각 지역 유통 사업자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음원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도 개척,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소니뮤직 산하의 음악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 아이브의 북미 진출을 협업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의 장윤중 GSO는 미국 빌보드가 선정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장 GSO는 아이브, 몬스타엑스, 더보이즈 등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분석했다. 장 GSO는 북미 법인인 카카오엔터 아메리카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메이브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의 미래는 메타버스…기술과의 결합, IP의 확장

AI 창작부터 가수 데뷔에 이르기까지, K-팝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는 AI(인공지능)로 향해 있다. 카카오엔터도 진작에 뛰어들었다. 해당 분야 선점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게다가 ‘메타버스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SM의 에스파까지 품은 만큼 독자적 영역 구축이 예상된다.

카카오엔터의 ‘가상 아이돌’은 두 팀이다. 메타버스와 연계한 가상 아이돌로 2023년 1호 걸그룹으로 데뷔한 메이브(MAVE:)와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를 통해 데뷔한 피버스(Fe:verse)다.

메이브는 감정의 자유를 찾아 미래에서 온 4명의 아이들이 2023년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세계관을 갖고 태어났다. 소속사는 넷마블에프랜씨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가 투자자다. 메이브는 태생부터 달랐다. 기존의 가상 아이돌은 버추얼 휴먼이 먼저 제작된 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합류해 다양한 활동을 매니지먼트하는 구조였다. 메이브의 경우 애초 기획단계부터 카카오엔터가 참여했다. 음악IP의 기획과 제작, 투자, 유통 등 그동안 음악 사업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메이브의 곡을 만든 맥쓰송 프로듀서는 “메이브 제작 당시 이 팀이 4세대 K팝 그룹으로 분류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며 “4세대의 경쟁보다는 ‘가상’이라는 특장점을 살리기로 방향성을 잡았다. 기존 K팝의 요소인 코드의 변화나 친숙한 음색을 넣고, 현재 K팝 그룹들의 홍보 마케팅 과정을 따라 4세대 K팝 팬덤이 받아들이는 데에 어렵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메이브는 기존 K-팝 그룹처럼 글로벌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멤버들에게 다양한 한국어, 영어, 불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 능력을 탑재했고,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해 일상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가상 아이돌임에도 팬들이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소녀리버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피버스(Fe:verse)는 오는 9일 데뷔를 앞두고 있다. 정체를 숨긴 전현직 아이돌 30명이 가상 서바이벌 세계에서 실력을 겨룬다는 이색적인 포맷의 버추얼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사람처럼 정교하게 만든 가상 인간이 아닌 만화 같은 2D 캐릭터를 구현한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연출을 맡은 조주연 PD는 “멤버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캐릭터의 방향성, 머리 스타일, 눈 색깔, 신장, 몸무게까지 디테일하게 잡아 2D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K-팝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K팝 산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굴지의 엔터회사들 역시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인공지능을 꼽고 있다. 맥쓰송은 “향후 K-팝 미래는 버추얼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실존 아티스트가 가상화되고, 오프라인으로 라이브 쇼를 하는 실존 팀과 온라인의 아바타가 협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미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한 가상 아이돌 프로젝트는 IP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K-팝 산업의 진화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즈, 로이터 등의 외신은 “메이브를 기존의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단계에서 한 발 나아간 선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소녀 리버스’는 현재 일본 OTT 플랫폼 아베마(ABEMA)와 콘텐츠 전문기업 인터랙티브미디어믹스(IMX)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프로그램과 연계된 다양한 IP 사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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