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소란한 풀빛, 봄날 고창의 매력
박찬은 2023. 4. 28. 12:56
<도깨비>
촬영지 만나볼까
5월 7일까지 고창 청보리밭 축제 열려
책마을해리, 동림저수지도 인기 도깨비>
봄이란 계절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게 되는 지역이 있다. 이를테면 벚꽃이 만개한 섬진강가의 하동이나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이리저리 뒤틀리며 숲을 이룬 지심도, 노란 유채꽃과 진청의 바다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룬 맹방해변이나 청산도 같은 곳이 그렇다. 여행지도에 ‘고창’이란 지명보다 ‘선운사’란 글자가 몇 포인트는 더 크게 표기돼 있는데도 청보리가 맥랑(麥浪)을 이루는 농장의 풍경만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청보리가 푸른 바다를 이루며 넘실대는 평원이 손짓하고 있었다. 고창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고창은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재되어 있고, 운곡습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고인돌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그리고 하전과 만돌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이니 어느 한 곳만 골라 여행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거기에 천년고찰 선운사와 고창읍성과 같은 문화유적, 방장산이나 구시포 같은 천혜의 자연까지 선택지에 넣고자 한다면 몇 날 며칠은 시간을 내야 할 여행지다. 올봄 나를 고창으로 이끈 감성은 딱 하나의 풍경, 바로 청보리밭이었으니 그것은 하루만 시간을 내도 되는 가벼운 여행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청보리밭축제가 펼쳐지기 일주일 전이어서, 인파는 적고 청보리는 제법 자란 최적의 시기인 셈이다.
‘맥랑(麥浪)’이란 보리가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물결치는 모습을 말한다. 100만여㎡, 약 33만 평의 평원에 초록빛 청보리가 넘실대는 광경을 떠올려보자. 지금 청보리가 한창인 고창의 학원농장은 온통 초록이다. 구릉이 이어지는 언덕 너머론 노랑 유채꽃이 만발했다. 저 멀리 보이는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의 경계, 초록과 진노랑의 명징한 대비는 찬란할 정도로 산뜻하다. 땀과 노력으로 가꾼 자연을 낯선 외지인들에게 사계절 조건 없이 내어주는 마음이 미덥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 초, 훗날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 씨와 그의 부인인 이학 여사가 고창군의 야산과 황무지 땅을 개발, 농장으로 만든 곳이다. ‘학원농장’이라는 이름은 옛 지명인 ‘한새골’에서 유래됐는데, ‘한새’는 고창에 많이 사는 백로와 왜가리 등을 이르는 말로 이학 여사의 이름인 ‘학’자에, 들을 뜻하는 한자어 ‘원’을 붙여 ‘학의 들’이라는 뜻으로 지었다.
학원농장이 청보리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진 전 총리의 아들이자 현재 학원농장의 대표 진영호 씨가 귀농하면서다. 당초 보리와 콩 같은 작물에 치중했지만 일손을 덜기 위해 시작한 보리농사가 광활한 구릉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며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그때부터 재배 당시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경관농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봄에는 보리와 유채꽃, 여름엔 해바라기와 백일홍, 가을엔 메밀꽃이 장관을 이루는 경관농업의 메카와 같은 곳이 되었다. 또 국내 경관농업의 효시이자 전국 최초로 경관농업 특구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학원농장의 초록 바다엔 삼삼오오 노니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릎께로 올라온 청보리는 부드럽게 물결치며 청보리밭 사잇길과 그 길 위에 선 사람을 또렷하고 선명하게 빛내준다.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청보리의 물결이 구릉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린 지점에 낡은 폐가 하나가 눈길을 끈다. 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된 장소다. 드라마 속 배경은 하얗게 메밀꽃이 핀 밭이었지만 지금은 청보리와 유채꽃이 대신하고 있다. 신비한 느낌의 나무와 쓰러질 듯 서 있는 움막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학원농장 청보리밭 최고의 포토존이다. 문득 <도깨비> 속 공유의 대사가 떠오른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아서.” 드라마는 감동이고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초록빛 청보리와 이웃해 더 선명해진 노랑 유채꽃밭은 사방 천지가 멋진 포토존이다. 언덕으로 길게 난 도로를 건너면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청보리밭과 붙어 있는 유채꽃밭은 맞보기에 불과할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꽃밭이다.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을 제대로 느끼려면 두세 시간은 금방이다. 당연히 허기가 질 수밖에 없다. '농장식당'에서는 학원농장의 주 생산물인 보리와 메밀로 만드는 보리새싹비빔밥과 메밀국수, 메밀묵무침 등 친환경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청보리 새싹과 보리밥을 다진 고기 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는 보리새싹비빔밥은 특별한 맛과 추억을 안겨준다. 맛있는 한 끼 식사 후에는 식당 옆에 있는 디저트 카페 ‘넓은들’에서 새싹보리라떼나 시원한 보리미숫가루 한 잔을 해도 좋다.
Info 고창 청보리밭 축제
위치: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학원농장 일원
일정: 2023년 4월15일(토)~5월7일(일) 운영 시간 09:00~18:00
청보리가 싱그럽게 자라난 지금, 공음면의 학원농장과 상하면의 상하농원 사이에 셔틀버스가 오간다. 청보리가 여행 테마가 되는 기간 동안의 한시적 서비스지만 오로지 청보리와 유채꽃에 꽂힌 여행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패키지가 아닐 수 없다. 학원농장이 광활한 대지를 뒤덮은 청보리밭과 유채꽃밭 콘셉트라면, 상하농장은 숙박과 체험, 견학, 식도락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 테마파크라 생각하면 쉽다. 학원농장의 주요한 방문객이 중장년층이라면 상하농원에는 비교적 젊은 층이 많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두 농장의 콘셉트와 고객층에서 차이를 보인다.
상하농장의 앞뜰에도 청보리가 파릇파릇하다. 아담한 정원 규모지만 그림 같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유럽 어느 궁전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상하농원은 우리가 잘 아는 낙농기업인 매일유업과 고창군이 조성한 체험형 농촌 테마파크다. 8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개장한 상하농원에선 유기농 먹거리를 맛보고, 친환경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으며, 드넓은 초원에서 소와 양, 염소와 토끼 등 다양한 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파머스빌리지에서는 청정 자연 속 팜스테이를 즐길 수도 있다.
농원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마치 다른 시공간을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붉은 벽돌과 황토, 목재와 철골, 그리고 너와까지, 다양한 건축 재료로 지은 여러 동의 건물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져 있다. 사이사이로 조성된 식물 정원과 산책로 역시 그림처럼 우아하다. 농원 왼쪽, 강선달 저수지의 수변데크를 거쳐 농원 안쪽으로 들어오면 소와 양, 돼지 등의 동물이 친근하게 다가선다. 농원 산책을 하다 파머스카페나 파머스테이블, 상하키친, 농원식당에 들러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맛보며 쉬어 가는 것도 좋다. 농원 안에는 수영장과 스파도 있다. 치즈와 소시지, 밀크빵을 직접 만드는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한번쯤 사진으로 봤음직한 겨울 철새들의 군무. 그중에서도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가오리 모양으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은 황홀경이다. 그 장면이 연출된 곳이 고창의 인공호수인 동림저수지다. 해마다 멸종위기종인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큰고니, 청둥오리 등 여러 종의 철새가 월동하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최대 20만 마리의 이상의 가창오리가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명소로 유명하다.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및 유네스코 고창 생물권보전지역 핵심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 매, 귀이빨대칭이 등 3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7종을 포함하여 총 698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겨울 진객들의 황홀한 군무를 감상할 수 없지만, 동림저수지는 드넓은 저수지의 풍광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저수지 제방에서 조류 관찰대를 지나 소공원, 복룡교, 고창솔라파크를 거쳐 다시 저수지 제방으로 이어지는 10.76km의 탐방로 코스는 탐조객들의 방문이 많지 않은 지금,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 루트로 걸맞다.
Info 동림저수지 위치: 전북 고창군 성내면 신성리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호젓한 여행을 로망한다면 이곳을 기억하자. 책과 상관없는 듯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는 언제나 책에 관한 멋진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고창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한 ‘책마을해리’에서는 농사를 짓듯 책을 짓는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책을 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다. 지난 2006년 사라질 뻔한 폐교를 고쳐 만든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으로 다양한 출판캠프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중심의 출판캠프에는 진로체험, 시인학교, 기자학교, 서평 쓰기, 자서전 쓰기 같은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매달 보름달 뜨는 주말저녁에는 읽던 책 한 권 들고 모이는 ‘부엉이와 보름달 작은 축제’가 진행된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이 가득한 버들눈도서관, 글을 쓰고 그림과 사진을 다루는 누리책공방,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머무는 책감옥 등 특별한 시설도 있다. 또 전통 책에 사용되는 ‘한지 만들기’를 통해 명맥이 끊긴 고창 한지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Info 책마을해리 위치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운영 시간 토, 일, 공휴일 10:00~18:00(평일은 단체 관람과 체험 예약 진행) 입장료 8000원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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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까지 고창 청보리밭 축제 열려
책마을해리, 동림저수지도 인기 도깨비>
봄을 더욱 소란하게 만드는 건 긴 휴지기의 단단한 땅을 뚫고 나와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하는 식물들이다. 작은 움이 자라 찬란한 잎과 꽃을 피우기까지, 마침내 완성되는 봄은 시종일관 분주하고 다이내믹하다. 새로이 시작되는 날들로 들썩이는 초록 평원. 가슴을 채우는 순한 풍경들이 머무는 곳.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이곳은 고창이다.
봄이란 계절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게 되는 지역이 있다. 이를테면 벚꽃이 만개한 섬진강가의 하동이나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이리저리 뒤틀리며 숲을 이룬 지심도, 노란 유채꽃과 진청의 바다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룬 맹방해변이나 청산도 같은 곳이 그렇다. 여행지도에 ‘고창’이란 지명보다 ‘선운사’란 글자가 몇 포인트는 더 크게 표기돼 있는데도 청보리가 맥랑(麥浪)을 이루는 농장의 풍경만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청보리가 푸른 바다를 이루며 넘실대는 평원이 손짓하고 있었다. 고창으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고창은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재되어 있고, 운곡습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고인돌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그리고 하전과 만돌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이니 어느 한 곳만 골라 여행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거기에 천년고찰 선운사와 고창읍성과 같은 문화유적, 방장산이나 구시포 같은 천혜의 자연까지 선택지에 넣고자 한다면 몇 날 며칠은 시간을 내야 할 여행지다. 올봄 나를 고창으로 이끈 감성은 딱 하나의 풍경, 바로 청보리밭이었으니 그것은 하루만 시간을 내도 되는 가벼운 여행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청보리밭축제가 펼쳐지기 일주일 전이어서, 인파는 적고 청보리는 제법 자란 최적의 시기인 셈이다.
쉼과 치유의 풍경 ‘맥랑(麥浪)’, 보리나라 학원농장
‘맥랑(麥浪)’이란 보리가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물결치는 모습을 말한다. 100만여㎡, 약 33만 평의 평원에 초록빛 청보리가 넘실대는 광경을 떠올려보자. 지금 청보리가 한창인 고창의 학원농장은 온통 초록이다. 구릉이 이어지는 언덕 너머론 노랑 유채꽃이 만발했다. 저 멀리 보이는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의 경계, 초록과 진노랑의 명징한 대비는 찬란할 정도로 산뜻하다. 땀과 노력으로 가꾼 자연을 낯선 외지인들에게 사계절 조건 없이 내어주는 마음이 미덥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 초, 훗날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 씨와 그의 부인인 이학 여사가 고창군의 야산과 황무지 땅을 개발, 농장으로 만든 곳이다. ‘학원농장’이라는 이름은 옛 지명인 ‘한새골’에서 유래됐는데, ‘한새’는 고창에 많이 사는 백로와 왜가리 등을 이르는 말로 이학 여사의 이름인 ‘학’자에, 들을 뜻하는 한자어 ‘원’을 붙여 ‘학의 들’이라는 뜻으로 지었다.
학원농장이 청보리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진 전 총리의 아들이자 현재 학원농장의 대표 진영호 씨가 귀농하면서다. 당초 보리와 콩 같은 작물에 치중했지만 일손을 덜기 위해 시작한 보리농사가 광활한 구릉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며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그때부터 재배 당시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경관농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봄에는 보리와 유채꽃, 여름엔 해바라기와 백일홍, 가을엔 메밀꽃이 장관을 이루는 경관농업의 메카와 같은 곳이 되었다. 또 국내 경관농업의 효시이자 전국 최초로 경관농업 특구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학원농장의 초록 바다엔 삼삼오오 노니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릎께로 올라온 청보리는 부드럽게 물결치며 청보리밭 사잇길과 그 길 위에 선 사람을 또렷하고 선명하게 빛내준다.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청보리의 물결이 구릉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린 지점에 낡은 폐가 하나가 눈길을 끈다. 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된 장소다. 드라마 속 배경은 하얗게 메밀꽃이 핀 밭이었지만 지금은 청보리와 유채꽃이 대신하고 있다. 신비한 느낌의 나무와 쓰러질 듯 서 있는 움막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학원농장 청보리밭 최고의 포토존이다. 문득 <도깨비> 속 공유의 대사가 떠오른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아서.” 드라마는 감동이고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초록빛 청보리와 이웃해 더 선명해진 노랑 유채꽃밭은 사방 천지가 멋진 포토존이다. 언덕으로 길게 난 도로를 건너면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청보리밭과 붙어 있는 유채꽃밭은 맞보기에 불과할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꽃밭이다.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을 제대로 느끼려면 두세 시간은 금방이다. 당연히 허기가 질 수밖에 없다. '농장식당'에서는 학원농장의 주 생산물인 보리와 메밀로 만드는 보리새싹비빔밥과 메밀국수, 메밀묵무침 등 친환경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청보리 새싹과 보리밥을 다진 고기 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는 보리새싹비빔밥은 특별한 맛과 추억을 안겨준다. 맛있는 한 끼 식사 후에는 식당 옆에 있는 디저트 카페 ‘넓은들’에서 새싹보리라떼나 시원한 보리미숫가루 한 잔을 해도 좋다.
Info 고창 청보리밭 축제
위치: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학원농장 일원
일정: 2023년 4월15일(토)~5월7일(일) 운영 시간 09:00~18:00
유럽 어느 궁전을 닮은, 상하농원의 봄을 거닐다
청보리가 싱그럽게 자라난 지금, 공음면의 학원농장과 상하면의 상하농원 사이에 셔틀버스가 오간다. 청보리가 여행 테마가 되는 기간 동안의 한시적 서비스지만 오로지 청보리와 유채꽃에 꽂힌 여행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패키지가 아닐 수 없다. 학원농장이 광활한 대지를 뒤덮은 청보리밭과 유채꽃밭 콘셉트라면, 상하농장은 숙박과 체험, 견학, 식도락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 테마파크라 생각하면 쉽다. 학원농장의 주요한 방문객이 중장년층이라면 상하농원에는 비교적 젊은 층이 많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두 농장의 콘셉트와 고객층에서 차이를 보인다.
상하농장의 앞뜰에도 청보리가 파릇파릇하다. 아담한 정원 규모지만 그림 같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유럽 어느 궁전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상하농원은 우리가 잘 아는 낙농기업인 매일유업과 고창군이 조성한 체험형 농촌 테마파크다. 8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개장한 상하농원에선 유기농 먹거리를 맛보고, 친환경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으며, 드넓은 초원에서 소와 양, 염소와 토끼 등 다양한 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파머스빌리지에서는 청정 자연 속 팜스테이를 즐길 수도 있다.
농원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마치 다른 시공간을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붉은 벽돌과 황토, 목재와 철골, 그리고 너와까지, 다양한 건축 재료로 지은 여러 동의 건물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져 있다. 사이사이로 조성된 식물 정원과 산책로 역시 그림처럼 우아하다. 농원 왼쪽, 강선달 저수지의 수변데크를 거쳐 농원 안쪽으로 들어오면 소와 양, 돼지 등의 동물이 친근하게 다가선다. 농원 산책을 하다 파머스카페나 파머스테이블, 상하키친, 농원식당에 들러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맛보며 쉬어 가는 것도 좋다. 농원 안에는 수영장과 스파도 있다. 치즈와 소시지, 밀크빵을 직접 만드는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더불어 고창 여행 - 동림저수지
한번쯤 사진으로 봤음직한 겨울 철새들의 군무. 그중에서도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가오리 모양으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은 황홀경이다. 그 장면이 연출된 곳이 고창의 인공호수인 동림저수지다. 해마다 멸종위기종인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큰고니, 청둥오리 등 여러 종의 철새가 월동하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최대 20만 마리의 이상의 가창오리가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명소로 유명하다.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및 유네스코 고창 생물권보전지역 핵심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 매, 귀이빨대칭이 등 3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7종을 포함하여 총 698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겨울 진객들의 황홀한 군무를 감상할 수 없지만, 동림저수지는 드넓은 저수지의 풍광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저수지 제방에서 조류 관찰대를 지나 소공원, 복룡교, 고창솔라파크를 거쳐 다시 저수지 제방으로 이어지는 10.76km의 탐방로 코스는 탐조객들의 방문이 많지 않은 지금,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 루트로 걸맞다.
Info 동림저수지 위치: 전북 고창군 성내면 신성리
더불어 고창 여행⑵ - 책마을해리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호젓한 여행을 로망한다면 이곳을 기억하자. 책과 상관없는 듯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는 언제나 책에 관한 멋진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고창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한 ‘책마을해리’에서는 농사를 짓듯 책을 짓는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책을 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다. 지난 2006년 사라질 뻔한 폐교를 고쳐 만든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으로 다양한 출판캠프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중심의 출판캠프에는 진로체험, 시인학교, 기자학교, 서평 쓰기, 자서전 쓰기 같은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매달 보름달 뜨는 주말저녁에는 읽던 책 한 권 들고 모이는 ‘부엉이와 보름달 작은 축제’가 진행된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이 가득한 버들눈도서관, 글을 쓰고 그림과 사진을 다루는 누리책공방,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머무는 책감옥 등 특별한 시설도 있다. 또 전통 책에 사용되는 ‘한지 만들기’를 통해 명맥이 끊긴 고창 한지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Info 책마을해리 위치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운영 시간 토, 일, 공휴일 10:00~18:00(평일은 단체 관람과 체험 예약 진행) 입장료 8000원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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