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시듯 가셨다” 55년간 ‘무료 결혼식’ 신신예식장 대표 별세
경남 마산 신신예식장 대표 백낙삼(93)씨가 28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55년간 예식장을 운영하면서 부부 1만4000쌍에게 사진 촬영료만 내면 공간이나 예복은 무료로 빌려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2019년 국민훈장을 받은 뒤에는 아예 사진 값도 받지 않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작년 4월 자택 옥상에 심은 채소를 보러 갔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의식은 회복했지만 뇌출혈로 신체 활동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몸의 일부가 마비돼 그동안 요양병원에서 지내왔다. 고인의 아들 남문씨는 “많이 아프지 않게, 주무시듯이 가셨다”고 했다.
고인이 처음부터 예식장 대표가 되려 했던 건 아니었다. 교육자가 되고 싶어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졸업 1년을 앞두고 학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나만 두고 온 가족이 야반도주를 했다. 결혼 후에도 형편이 어려워 방을 구하지 못해, 아내와 함께 살 수 없었다. 그때부터 길거리 사진사가 됐다”고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길거리 사진사로 일해 모은 돈으로 1967년 경남 마산의 현 건물을 인수한 뒤, 사진 값만 받는 무료 예식장 운영을 시작했다.
고인은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 결혼시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진관을 한다고 생각하고 사진 값만 받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자리에 예식장을 꾸몄다”고 생전 말했다. 신랑·신부 예복, 액세서리 등도 비치해놓고 무료로 빌려줬다. 고인과 아내가 건물 관리는 물론 식장 청소, 주차까지 모두 직접 챙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2019년 ‘헌신적인 사회봉사’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2021년엔 LG의인상을 받았다.
작년 1월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도 신신예식장을 방문했고, 고인 투병 기간에는 대통령 자격으로 쾌유를 비는 난(蘭)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남문씨는 본지 통화에서 “아버지가 쓰러지신 후 어머니와 둘이 예식장을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했다. 남문씨는 사진학을 전공했다.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2호, 발인은 30일 오전 9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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