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자살률 줄이는 것보다 그 혼돈과 고통, 고독 이해하고 막을 수 있어야"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우리나라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며 "자살률보다 자살을 결단하는 과정에 겪는 혼돈과 고통과 고독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합위 산하 자살위기극복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세미나에서 "특위에서는 자살에 대한 인식개선과 자살 예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매주 모여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자살 과정을 생중계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 청년들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전해 들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적 노력으로 교통사고 사망이 크게 줄어든 것과 같이 자살도 정부, 기관, 전문가, 국민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우리 사회 자살 사망자 수가 약 1만 3000명이라고 한다"며 "30년 전쯤 1991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일반 사망자 수가 1만 3000 명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정부와 온 국민이 노력한 결과 30년이 지난 작년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700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 문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 모두가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그런 결과를 우리가 실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특위를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가 여기 모여서 자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인적자원의 문제로 자살 문제를 다루자는 것이 아니다. OECD국가 중에 자살률이 1위라는 그 수치, 그 수치가 창피해서 체면을 차리자고 우리가 여기 모여서 자살 위기를 논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개개인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기 모여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줬다.
특위는 이날 '자살 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한지아 특위 위원장과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추승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강명수 자살사별자 모임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 특위 위원장은 '특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살 예방에 관한 인식개선' 발제에서 "자살 인식,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 자료의 범람이 심각하다"며 "특위가 자체적으로 온라인을 검색한 결과 자살위험 게시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정부에서 매년 심의와 단속을 강화함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부추기거나 자살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이트, 특히 해외사이트, SNS, OTT(동영상 통합 플랫폼)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따.
한 특위 위원장은 "청소년들에게 보이는 자살 행위는 갑작스러운 상실 경험 및 실패와 같은 정신적·사회적인 스트레스, 충동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은 직접적으로 모방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살이 선택지가 되는 사회적인 문화, 자살이 일상화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에 중점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자살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제한적이다. 제도적 사각지대를 파악해 급변하는 현실과 정책의 괴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2주제인 '자살 예방 인식 저변 확대를 위한 미디어의 방향'을 발제한 유현재 특위 위원은 각종 미디어를 통한 과도한 자살 장면 노출, 자살 미화, 자살 생중계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자살 시도자 모집, 자살 방법 소개 등의 문제점을 짚었다. 유 위원은 "자살위험 게시물 및 영상 관련 모니터링에 있어 정부의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규제방안이 필요하다"며 "자살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언론이 사용하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유 위원은 또 드라마, SNS, OTT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는 각종 자해 및 자살 장면을 대상으로 하는 비보도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통합위는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살 예방에 대한 법·제도적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오는 6월 특위 결과보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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