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트럼프표’ 미등록 이민자 즉각 추방 정책 종료
이민처리센터 통한 합법적 이주 유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타이틀 42’로 불리는 미등록 이민자 ‘즉각 추방’ 정책을 다음 달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타이틀 42’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코로나19 확산 방지 명목으로 만든 규정으로 진보 진영에선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폐기를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는 정책 종료 후 미등록 이민자가 대거 몰려올 것으로 보고 중남미 주요 국가에 ‘이민처리센터’를 설립해 합법적인 이주를 유도할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1일 타이틀 42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타이틀 42 종료가 국경의 완전 개방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기존의 타이틀 8호를 활용해 미등록 이민자 추방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이틀 8호는 타이틀42와 달리 미등록 이민자라도 망명을 신청하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엔 미국에 체류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3월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입국자를 별도의 심사 없이 즉각 추방하도록 하는 타이틀 42를 시행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였지만, 반이민·반난민 이슈로 보수 진영 결집에 나서려는 시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정책으로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어온 미등록 이주민 250만 명 이상이 즉각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단체 소송으로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정책 종료를 명령해 폐기가 유력했지만, 보수 우위 구도의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타이틀 42를 당분간 유지하라고 판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월 진보 진영의 반발에도 타이틀 42를 계속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이 법안은 오랫동안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완전히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재선 도전을 앞두고 보수 진영을 끌어들이기 위한 승부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타이틀 42 폐기 후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의 숫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과테말라와 콜롬비아에 이민처리센터를 만들어 망명 신청자 심사를 담당하도록 했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 많은 이민 기회를 만들고, 많은 이들이 합법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불법 입국을 알선하는 단체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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