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변에 ‘북한 치약’…시공간 초월 쓰레기 줍는 클럽,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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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하루는 제주 해변에서 시작된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멤버들은 이른 아침부터 어깨 위로 80ℓ(리터)짜리 붉은 마대자루를 짊어지고 바위틈 사이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를 집어낸다.
줍고 기록하는 일상을 반복해 온 이들이 2년 반 동안 제주 해변서 길어낸 쓰레기 무게만 16t(톤)이다.
때론 제주해변엔 시공간을 초월한 쓰레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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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세계 각지 쓰레기 나와
바다로 이어진 우린 운명공동체”
청년들의 하루는 제주 해변에서 시작된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멤버들은 이른 아침부터 어깨 위로 80ℓ(리터)짜리 붉은 마대자루를 짊어지고 바위틈 사이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를 집어낸다.
“그냥 우리가 치우자!”
이들은 30∼40분 만에 마대를 가득 채운 뒤 ‘인증샷’을 남기고 각자의 일상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줍고 기록하는 일상을 반복해 온 이들이 2년 반 동안 제주 해변서 길어낸 쓰레기 무게만 16t(톤)이다. 클럽을 운영하는 정연철(33)씨는 27일 <한겨레>에 “쓰레기 줍기를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할 게 아니라, 환경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처럼 실행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클럽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정씨는 제주살이를 시작한 2020년 10월부터 클럽 운영을 시작했다. 그가 매일 찾았던 바닷가에는 각종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은 채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다.
“그냥 우리가 치우자!” 정씨는 친구 한 명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 그날의 기록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씨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나 제주에 놀러 온 여행객들도 활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참여가 늘자 제주시 구좌읍 하도 해수욕장, 애월읍 고내리 포구, 조천읍 함덕 해변 등 장소도 바꿔 나갔다. 지난 2년 반 동안 클럽 활동에 참여한 210여명이 주워낸 쓰레기는 80리터(ℓ) 마대 1100개가 넘는다.
이들이 마주하는 쓰레기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물건들”이라고 한다. 찌그러진 페트병, 깨진 유리 조각, 슬리퍼,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배에서 사용한 폐그물이나 조난구조용 폭죽, 부표, 냉장고까지 나온다. 바다에 오래 방치된 슬리퍼엔 따개비 수십 마리가 있기도 했다.
때론 제주해변엔 시공간을 초월한 쓰레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 7일에는 ‘북한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만든 백조치약을 주웠고, 2021년엔 수십 년 전 버려진 라면 봉지가 나오기도 했다.
정씨는 “쓰레기를 줍다 보면 중국 등 해외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나 수십 년 된 쓰레기들이 썩지 않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쓰레기도 해외로 갈 수 있다는 것이고, 플라스틱이 오래도록 썩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선 정씨가 올린 서우봉 해수욕장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1~23일 동안 서우봉 해수욕장 인근에는 수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진 상태였다.
이들이 사흘간 치운 꽁초만 2700개에 이른다. 온라인에선 “돌 반, 꽁초 반이다. 제발 이러지 말자”라거나 “애월의 어느 해변에서도 (꽁초로) 눈 덮인 줄 알았다. 제주에 가면 동참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씨는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작품 전시에 나서기도 한다. 2021년 10월엔 버려진 선반과 라이터 등으로 작품을 만들어 애월읍 신엄포구에서 야외 전시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엔 베트남 호치민 대학교 초청으로 해외 전시에 나섰다. 정씨는 “제주 해변에선 세계 각지의 쓰레기가 나온다. 바다로 이어진 우리는 결국 운명공동체고, 누구의 탓을 하기보다 함께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향후 정씨는 클럽·전시 활동과 더불어 환경교육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정씨는 “환경문제는 다음 세대에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아 환경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우리보다 쓰레기 처리 문제에 더 어려움을 겪는 나라를 도울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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