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수 위에 뜬 ‘특수 뗏목’에서 수소 뽑는다
햇빛이 쏟아지는 바다나 호수, 강 위에 스티로폼이나 뗏목처럼 생긴 물체를 띄워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현재는 수소를 만들 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생기지만, 연구진이 고안한 기술을 쓰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소속 현택환 단장·김대형 부연구단장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이른바 ‘그린수소’를 생산할 성능을 갖춘 광촉매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실렸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에서 동력을 뽑은 뒤 남는 건 오로지 물이다.
문제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고온·고압 환경을 만든 뒤 천연가스와 수증기를 섞어 수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친환경 연료를 만들려다가 오히려 기후변화를 가중시키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그래서 최근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고안하는 것이 물을 전기 분해해서 얻는 수소다. 이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필요한 동력은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이렇게 하면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연구진이 만든 것이 바로 그린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 플랫폼’ 기술이다. 광촉매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물질이다.
광촉매는 본래 가루이기 때문에 이를 필름이나 패널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또 물속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별도 용기도 필요하다. 복잡한 공정과 운영 방식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상용화에도 이르지 못했다.
연구진은 광촉매를 한 데 모아 물에 둥둥 띄우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폴리우레탄 등이 섞인 ‘하이드로젤 플랫폼’을 제작했다. 뗏목이나 스티로폼처럼 물에 잘 뜨는 고체다. 이 때문에 몸통 일부는 물 밖으로 노출된다. 내부에 많은 구멍을 만들어 밀도를 낮춘 결과다. 여기에 광촉매를 나노 입자 크기로 잘라 섞었다.
이렇게 만든 연구진의 기술은 광촉매가 태양 에너지를 더 강하게 받을 수 있게 했다. 물속에서는 빛이 산란되기 때문에 태양광이 약해지는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소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광촉매가 물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아 수소를 물 밖으로 뽑아내는 과정도 쉬워졌다. 연구진이 고안한 광촉매는 1㎡에서 시간당 수소 4ℓ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라고 밝혔다.
김 부연구단장은 “향후 수소를 좀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실증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며 “수소 이외에 다양한 화합물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할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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