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새로’ 100년 역사를 맛보다
‘기슭잔’ 공개도 전에 문의 빗발
MBTI 라벨 만들기 이색체험도
닫힌 입구 문만 봤을 땐, 문 너머에 지하로 이어지는 길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졌다. ‘대관령 어트랙션’ 이름이 붙은 바로 이 입구 문을 통과해 강릉 바다와 산이 담긴 미디어 아트월을 지났더니 마치 지하 암반 옆에서 소주를 시원하게 맛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 전개된다.
27일 방문한 롯데칠성음료 강릉공장의 브랜드체험관에서는 대표소주 ‘처음처럼’과 ‘새로’의 처음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지고 있었다. 브랜드체험관은 다음달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미디어 아트월을 통해 지하 200m 암반수 공간에 온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이 완성까지 약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장에서는 온도와 공기의 연출에도 신경을 쓴 세심함이 느껴졌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유리공예가 정정훈 씨가 처음처럼과 새로만을 위해 만든 ‘기슭잔’이다. 오징어빵 등 강릉지역 제품을 안주 삼아 맛보는 대관령 암반수, 처음처럼과 새로, 그리고 강릉바다빛을 띄는 파란 ‘새로 모히또’를 만날 수 있다.
산 모양이지만 돌의 질감으로 표현한 이 기슭잔은 공식 공개 전부터 구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강릉공장의 ‘잇템(it+item·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개당 가격은 약 5~15만원으로 현재는 별도 구입이 어렵지만 롯데칠성음료는 한정 수량 제작 등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새로’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2006년 나온 ‘처음처럼’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제로 슈거(무당·無糖) 소주인 새로는 이달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의 20세 이상 성인이 한 명당 약 2.3병을 마신 셈이다. 이번 브랜드체험관은 새로 인기와 함께 수원지 강릉 대관령 암반수의 청량함을 더욱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과 ‘새로’는 현재 강릉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소주 제작 후 용기주입만 하던 청주공장이 2021년 강릉으로 시설을 이전했다. 강릉공장의 브랜드체험관은 100년에 이르는 소주 제조 기술의 역사를 볼 있는 1층과 2층 견학관에서부터 시작된다. 1층 공간에서는 1926년 강릉합동주조가 만든 ‘경월’ 소주를 비롯해 1994년 녹색병 소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그린’, 2006년부터 시작된 ‘처음처럼’의 제품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릉합동주조는 2009년 롯데칠성음료가 당시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뿌리가 됐다.
2층 견학관에서는 소주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병과 병들이 부딪혀 나오는 ‘차르르르’ 소리가 투명한 벽 너머에서도 뚜렷히 들릴 만큼 우렁찼다. 강릉공장에서는 강원도 강릉 대관령 암반수로 만든 소주 분당 1000병, 하루 최대 240만병까지 생산된다. 이곳에서는 키오스크 등을 통해 취수부터 주정입고, 희석·탈취·여과, 배합 등을 고쳐 출고로 이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특히 강릉을 찾는 MZ세대 방문객들을 발길을 모으기 위해 MBTI 라벨 만들기, 담금주 만들기 등 소비자경험을 극대화 하는 이색체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담금주 키트로 제공되는 강원야관문주, 강릉사과주, 강릉커피주 등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함으로써 강릉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했다. 운전자나 아이를 동반한 체험객을 위해 ‘새로’ 유리병을 활용한 조명만들기 키트 등도 준비돼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저희 소주의 수원지인 강릉은 KTX개통 후 매일 8~10만명이 찾는 관광지”라며 “지역 관광과 시너지를 내며 이 브랜드체험관이 ‘강릉에 가면’ 가 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공간은 5월부터 일반인 대상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공개된다. 당분간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며 롯데칠성음료는 한 해 목표 관람객 수를 약 1만명으로 보고 있다.
강릉=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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