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빚 규모 GDP 100% 초과…'침체' 빈번해진다
1%p 오르면 4~5년 이후 성장률 0.25~28%p 내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의 큰 가계빚 규모가 경제 성장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빚) 비율이 80%를 넘으면 중장기뿐만 아니라 1~3년 짧은 기간 내에도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질 경제 성장률도 끌어내렸다. 구체적으로는 가계 빚 규모가 1%포인트(p)만 커져도 4~5년의 시차를 두고 0.25~0.28%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8일 공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BOK이슈노트를 보면 이 같은 연구 분석 결과가 실려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0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등 주요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비율(OECD 기준, 2021년 말)은 206.5%로 OECD 평균(127.3%)을 크게 웃돌며, 코로나19 이후 상승 폭(18.3%p)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통화정책국 신용정책부 소속 권도근 차장과 김대운 과장 등은 1960~2020년 기간 39개국 패널 자료를 기초로 △벡터자기회귀모형(VAR) △패널회귀분석 △로짓(Logit) 모형 등을 활용해 가계부채 누증이 GDP 성장률과 경기침체 발생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계신용 증가는 단기(1~3년)적으로 경기 회복 효과가 있었으나 이후로는 해당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기(4~6년) 시계에서는 성장률이 하락했다. 가계신용비율(3년 누적)이 1%p 상승하는 경우 실질 GDP 성장률(3년 누적)은 0.25~0.28%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주요 선행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가계신용 누증은 소비 제약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세를 약화시키고 위기 발생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등 경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민간소비를 위축시킨다. 또한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할 경우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 신용공급 축소 등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가계신용 누증은 중기 시계에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도 높였다. 여기서 경기침체란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뜻한다.
가계신용 비율 상승은 3~5년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4~5년 시차에서 역성장 확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울러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80%만 넘어도 장·단기를 불문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웠다.
보고서는 "가계신용 규모가 명목 GDP의 80%를 상회하는 경우 경기침체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비율이 80%를 초과해 증가할수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장·단기 시계 모두에서 추정계수의 유의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계빚 누증의 성장 둔화 효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계신용 증가가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중장기적으로 높이는 데 반해, 가계신용 수준은 특정 임계점(명목GDP대비 80%)을 초과하는 경우 단기 시계에서도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누증의 부정적 효과가 재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나라에선 가계부채의 부정 파급 효과가 기존 연구 결과에 비해 더욱 클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계신용비율이 80%에 근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계부채의 급속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은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완만한 속도로 이뤄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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