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치 월세 밀려 쫓겨난 세입자, 집주인 일가족 차량으로 들이받아

열 달 치 월세를 밀려 명도 소송을 당해 살던 집에서 퇴거 조치된 50대 남성이 집주인 일가족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쫓겨난 뒤 두고 온 반려견을 챙기러 집을 다시 찾았다가 마주친 집주인 일가족과 시비가 붙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기장경찰서 전경. /뉴스1

28일 부산기장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A(50)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3시 30분쯤 기장군의 한 빌라 앞 길거리에서 자신이 살던 빌라 건물주 B씨 부부와 아들, 며느리 등 일가족 4명을 차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소유 빌라에 월세로 세 들어 살던 A씨는 40만원 월세를 10달째 내지 못하고 있었다. B씨는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고, 사건이 발생한 날은 실제로 강제 퇴거가 집행되는 날이었다. A씨는 당일 오전 짐을 뺐다. 퇴거 조치 후 다시 살던 곳에 들어가면 건조물 침입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당일 오후 3시30분쯤 다시 빌라를 찾아갔다. 기르던 강아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살던 방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나올 때 A씨는 B씨 일가족과 마주쳤다. A씨는 “왜 명도소송을 했느냐”고 따졌고, B씨 측은 “왜 월세를 내지 않느냐”고 맞섰다. A씨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이어지는 대거리에 화가 난 A씨는 타고 왔던 스포티지 차량에 타 시동을 걸었다. B씨 아들이 이를 막아서자 차량으로 칠 듯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몇 차례 위협하다가 곧 그대로 들이받았다. A씨는 이 모습에 놀라 뛰어오는 B씨 며느리도 차로 밀어버렸다. B씨 부부도 A씨 차량에 부딪혀 넘어졌다.

범행 직후 A씨는 부산 송정 인근으로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그러나 B씨 일가족을 들이받으며 엔진룸에 연기가 나는 등 차량은 고장이 났다. A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송정의 한 카센터를 찾아 차 수리를 맡겼다. 그러면서 “다른 차를 빌려 달라. 한 달 정도 빌려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빌린 차량으로 다시 도주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 도주로를 추적했다. 그가 송정의 카센터를 방문한 뒤 차량을 바꿔 재차 도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카센터 측에 요청해 A씨가 카센터에 돌아오도록 유인했다. 이에 넘어간 A씨는 결국 같은 날 오후 7시 35분쯤 잠복한 경찰에 의해 카센터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범행 4시간 만이다.

피해자인 집주인 B씨 부부는 경상을 입었다. B씨 아들은 척추에 손상을 입었고, 며느리는 골절상을 당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자신의 직업을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라고 했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