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포퓰리즘 중독, 총선서 심판 받는다

2023. 4. 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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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포퓰리즘에 점령당한 민주당
全大 통해 감염 증세 보인 여당
총선 앞둔 퍼주기 경쟁 본격화
양극화에 급증한 중도·무당파
文정부 폐해를 반면교사 삼고
MZ세대에 떠넘기기도 비판적

옥스퍼드 사전은 포퓰리즘을 ‘자신들의 관심사가 기득권 엘리트 그룹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보통사람(ordinary people)에게 호소하는 정치적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선심성 정책의 남발’은 포퓰리즘의 본질이 발현된 현상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의 분석은 더 선명하다. 포퓰리스트는 ‘현실 정치를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단일한 국민이, 부패하거나 도덕성이 없는 엘리트에 대항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오로지 자신들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세력이 다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도덕적 이상을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포퓰리스트는 야당 시절엔 기존 정치 시스템을 ‘엘리트가 국민을 배반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맹비난하다 집권한 이후에는 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면서 국민의 뜻을 실현한 것으로 포장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86은 중독을 넘어 포퓰리즘에 완전히 점령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최근 감염 증상을 보인다. 전당대회 투표권 행사를 당원으로 한정하고 대통령실과 당과 당원이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을 보인 것은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포퓰리즘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 정책 경쟁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다. 민주당은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수매케 한 양곡관리법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도 통과시켰다. 지지 기반인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도 추진 중인데 연간 7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에너지 수급을 왜곡시키고 있지만, 전기료 인상을 유보시켰다. 여야가 담합한 경우도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은 2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여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키로 했다. 대학생 1000원 급식, 대중 교통비 대폭 인하, 전 국민 1000만 원 저금리 대출 등의 정책도 쏟아진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내년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선, 포퓰리즘 경쟁이 격화되면 표심 유인 효과는 줄어드는 반면 비판과 반감은 증가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달리 우리 국민은 포퓰리즘에 매몰되지 않고 이성적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가 ‘총선용 지역구 예산 챙기기 야합’이라는 여론 비판에 상정을 연기한 것이 대표적 예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 국민은 대중 특유의 비합리성보다는 공공성을 앞세우는 집단지성을 보여 왔다. 포퓰리즘의 피아 구분에 따른 정치적·이념적 양극화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무당파나 중도층은 선심성 정책의 비현실성과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소득주도성장론, 정규직 전환,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폐해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특히,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가 될 MZ세대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권의 경우 영호남에 비해 무당파나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국, 여야는 내년 총선에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 상대를 인정하는 통합의 리더십, 서민층·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적 균형감도 중요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적 쇄신이다. 공천제 혁명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시대교체 수준의 인재 발탁이 핵심이다. 올 4분기 중 검찰 수사 등으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와 86세대의 퇴진이 현실화하면 민주당은 혁신적인 인물 교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순간 민주당의 위기에만 기대 온 국민의힘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여야가 기득권을 고수해 내년 총선이 차악(次惡) 선출을 위한 포퓰리즘의 경쟁으로 흐르면 국민도 남미의 전례처럼 포퓰리즘에 중독될 수 있다. 대한민국호는 수년 내 침수 상황을 맞고 ‘국가 실패’ 사례로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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